매일신문

[토요 갤러리] 캔들 댄서 / 작가: 놀데 (Emil Nolde)

제목: 캔들 댄서

작가: 놀데 (Emil Nolde 1867~1956)

제작연도: 1912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100.5 × 86.5㎝

소재지: 독일, 노이키르헨, 놀데 재단

1913년 우리나라를 방문함으로써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국을 방문한 최초의 현대화가인 에밀 놀데는 키르히너(Kirchner)와 함께 20세기 초의 독일 표현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키르히너가 대중사회에서의 개인의 갈등과 고립 그리고 현대인의 심리적, 사회적 의식을 작품의 주제로 한 반면에 놀데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원초적인 욕망을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질로 표출하여 소위 '원시주의적 취향'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가이다.

원래 예술가들이 주체할 수 없는 열정으로 인해 종종 자기모순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놀데는 그의 전 생애를 통해 극단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작가이다. 때로는 편협한 민족주의적 정서를 주장하다가도 동시에 이국의 예술, 특히 원시미술을 열렬히 칭송했고, 스스로 속세를 떠나 있다고 하면서도 미술계에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하였으며, 극단적인 반문명주의적 주장을 하면서도 종교화와 대도시의 풍경을 즐겨 그렸다. 이 뿐만 아니라 1930년대에 나치로부터 퇴폐적이고 반(反)게르만적인 예술가로 낙인 찍혔으나 사실 그는 한때 나치당에 가입한 적도 있었고, 반유태주의적 주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도 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이해하기 힘든 모순은 놀데가 그만큼 순간순간의 감정에 솔직하고도 충실한 삶을 살았다는 다소 역설적인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겠다.

이 그림은 언뜻 보아도 20세기 초 서구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던 원시미술과의 연관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중앙아프리카의 토속 미술작품 전시회는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그 강한 표현성으로 인해 피카소를 비롯한 많은 종주국 예술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화면은 역동적인 춤을 추는 두 여자로 채워져 있는데 화면 전체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 전통적인 구도의 개념은 전혀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물이 화면의 가장자리에서 잘려나갈 정도로 배치 역시 즉흥적인 것으로 보인다. 색상은 저채도, 고명도의 빨강과 순색의 주홍과 노랑 등 난색 계통의 인근색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략 보색이라고 할 수 있는 저명도의 녹색이 화면의 중심부에 위치함으로써 주변과 대비를 이룸과 동시에 강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표현주의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윤곽선, 즉 강한 원색끼리의 배색에서 색상을 더욱 선명하게 하고 또 원색끼리의 충돌로 인한 시각적 불쾌감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검고 굵은 윤곽선이 보이지 않는 것도 놀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그림을 한층 더 산만하게 만들어 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물의 데생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데 유독 격렬한 동작만이 강조되어 있으며, 붓질 역시 즉흥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거칠다. 이 작품은 무질서한 화면 구성, 붉은 색조와 보색대비, 역동적인 인물 그리고 즉흥적인 붓질로 인해 폭발하는 듯한 원초적 에너지를 뿜어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감각적 이해 다음에는 다리파 작가 특유의 우울과 불안이 뒤따르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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