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종시 계획 변경을 위한 청와대와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야당과 충청권의 반발이 강도가 더해지면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한나라당에서 친박계 의원이 60여명에 이르러 박 전 대표의 입장이 법안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9일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힐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005년 당 대표 시절 행정도시 건설 방안에 찬성했던 만큼 세종시 논란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 친박계 인사들은 "왜 갑자기 박 전 대표를 물고 늘어지느냐"며 발끈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신중한 행보를 걷고 있다. 17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띄운 글에서도 청소년의 건강에 대한 염려를 썼을 뿐 세종시는 거론하지 않았다. 19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 특별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서도 세종시와 관련해 일절 발언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기증한 뒤 25년 만에 유품 등을 다시 보게 됐다. 그동안 창고에 보관되던 자료들을 처음으로 국민 앞에 공개하는 계기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여권 핵심부가 세종시 원안에 대해 공식적인 대안을 내놓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도 아닌 박 전 대표가 앞장서서 언급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침묵 모드 속에 나름의 해법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16일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에서 세종시 문제가 논의됐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하지 않겠다"고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여권 주류에서는 이 대통령과 '데탕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여권 핵심부와 완전히 다른 견해를 내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세종시와 관련한 사안이 생기면 박 전 대표 측에 이를 전달할 생각"이라며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은근히 기대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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