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가 일반적인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어버렸다. 21일 오리온스는 대구체육관에서 서울 삼성을 85대80으로 제치며 2연패 후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애초에 상대가 우승 후보로 꼽히던 삼성이었던 탓에 이승준(삼성)과 동준(오리온스) 형제간 대결에 더 관심이 모였지만 오리온스는 4쿼터에 오용준이 맹위를 떨치면서 이변을 일으켰다.
삼성은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이승준을 영입, 높이를 보강하면서 최상의 전력을 갖췄다. 반면 오리온스는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터라 당연히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다. 대신 관심을 끌었던 이승준과 동준 형제는 이날 초반부터 수 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동생(200㎝)보다 6㎝가 더 크고 기량도 잘 다듬어진 이승준은 12점 5리바운드를 기록, 설익은 동생(6점 4리바운드)보다 한 발 앞섰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오리온스의 7년차 포워드 오용준(16점·3가로채기)은 4쿼터에만 3점슛 3개와 과감한 돌파로 12점을 쏟아부으며 대역전 드라마를 쓰는 데 앞장섰다. 경기 종료 5분36초 전 67대73으로 밀리던 상황에서 3점슛을 성공시키더니 70대74로 뒤지던 4분51초 전에는 수비가 끈질기게 달라붙고 공격 제한 시간에 쫓기면서도 다시 3점슛을 적중시켰다.
오용준의 활약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경기 종료 3분52초 전에는 상대 코트 중앙을 파고든 뒤 공중에서 한 차례 몸을 뒤틀면서 수비 둘을 제치고 레이업슛을 밀어 넣었다. 이 득점으로 오리온스는 75대74로 승부를 뒤집었다. 삼성의 강혁에게 반격을 허용, 75대76으로 리드를 내줬으나 허버트 힐이 이규섭의 슛을 쳐낸 뒤 이어진 공격에서 오용준은 다시 한 번 깨끗한 3점슛을 터뜨렸다.
예전 오용준은 장거리슛 외에는 장점이 없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상대 수비로선 장거리포 외에 다른 공격 수단이 없는 선수를 막는 것이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오용준은 변했다. 적극적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공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빈 자리를 찾아 움직이면서 수비는 오용준을 어떻게 막을지 혼란스러워졌다. 덕분에 주무기인 3점슛까지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경기 막판 삼성은 빅터 토마스의 3점슛이 잇따라 림을 벗어나면서 재역전에 실패했다. 2쿼터 한 때 20여점 차까지 뒤졌던 오리온스는 힐(25점·13리바운드)이 골밑을 장악하고 오용준이 막판 괴력을 발휘, 축배를 들었다. 4쿼터 종료와 함께 주장 정훈은 덩크슛으로 첫 승을 자축했다. 3쿼터 막판 이승준, 4쿼터 초반 테렌스 레더(13점·7리바운드)가 5반칙으로 퇴장당한 것이 삼성에게는 치명타였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경기 후 "강호를 상대로 초반부터 압박 수비를 펼쳤는데 열심히 뛴 선수들이 장하다. 특히 힐에게 수비가 몰릴 때 빠져 나오는 패스를 처리해달라는 주문을 오용준이 잘 소화해줬다"면서 "생각보다 빨리 1승을 거둬 기쁘다. 이번 경기로 자신감을 갖게 돼 다음에는 좀 더 여유있고 성숙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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