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으로 어린이 성폭행 문제가 또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가해지는 성폭행은 '소아기호증'이라는 정신질환명이 따라 붙을 정도로 재발성과 악랄함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건을 접할 때마다 치가 떨릴 정도로 비참함을 느낄 것이다.
성인 상대의 성폭행은 흔히 강간이라 말하며, 그나마 교정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다. 사회와 개인의 성문화가 건전성을 확립하면 건강한 성과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성범죄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강간 피해를 당한 사람이 5천~6천명이다. 문제는 강간의 수치심과 보복에 대한 공포 때문에 신고율이 낮다는 점이다. 강간 신고율이 10%라고 보면 실제로 매년 6만명 이상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강간은 형법상 강력범죄로 분류되는 나쁜 범죄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는커녕 쉬쉬하며 묵인돼 온 것은 강간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충동적이고 억제할 수 없는 성욕을 가진 동물인데 여자가 그 성욕을 자극했다면서 화간이라는 말로 단순처리해 버린다. 옷차림이 헤픈 여자를 보면 강간을 당하길 원하는 여성이라고 터무니 없는 해석을 내리는 남자들도 많다.
'움직이는 병에 막대기를 꽂을 수 있는가? '라는 관점에서 아직도 여자의 책임도 인정하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매스미디어나 공공교육에서도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늦은 밤에 다니지 말고, 옷차림을 야하게 하지 말 것 등을 내세우며 여성들의 행동을 바르게 할 것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강간당한 순간의 악몽이 여성의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이해시키는 데는 인색했다. 이는 아직도 조선시대 이후의 유교적 사상인 남아선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의 평등성을 인식하지 못한 점이 현재까지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신라'고려시대에는 남녀가 개울에서 함께 목욕하는 것은 예사이고 왕족과 귀족 출신의 여자들도 자유롭게 개가할 수 있을 만큼 성적으로 개방돼 있었다. 여기에는 여성의 선택권이 오히려 우월할 정도였으니 성폭력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이제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남근 중심적이고 유교적 윤리관에 대해 시비를 가려내 진실이 무엇인가를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술이나 약을 먹었다고 감형해 주는 단순 논리에 의한 판단은 재고돼야 한다.
박 철 희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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