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동의 전시 찍어 보기] 쪾대구의 근대미술 展 대구문화예술회관/ ~25일

주목 받는 이인성'이쾌대 작품들

1920년대 전반에 출생한 대구의 최고령 원로 작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근대미술전이 지난주에 개막해서 이번 주말까지 두류 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는 이들의 1950년대까지의 작품들을 기준으로 이미 근대미술사 속으로 편입된 작고 작가들의 작품들까지를 근대 미술로 분류해 재조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작품들은 단연 이인성과 이쾌대의 작품들이다. 이 두 작가에 쏟아진 언론의 관심은 다른 많은 작가들의 미학적 성취를 간과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도 없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명망 높은 작가들 속에서 그동안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진주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게 하는 것에 이번 전시의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인성의 작품 '노란 옷의 여인'은 1934년 작으로서 이인성의 22세작이다. 그의 최고작들로 꼽는 '가을 어느 날'과 같은 해에 그린 작품이며 이듬해인 1935년에 '경주의 산곡'으로 당시 조선미전 최고상을 받을 즈음의 기량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작품의 구성이나 묘사, 색채 감각 등 모든 면에서 절정 단계에 이른 완성도를 볼 수 있다.

이쾌대의 특별실은 그의 극적인 삶만큼이나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가 애용하던 찻잔과 팔레트, 그의 형 이여성으로부터 결혼 선물로 받은 머리병풍. 무엇보다 한국근대미술사에서 유례가 없는 대작 군상시리즈 가운데 한 점이 나와 있다. 그의 자화상에 적용된 새로운 민족 미학을 확인하는 것 또한 의미가 크다. 어떻게 동양화를 현대화할 것인가, 어떻게 서양화를 우리 것으로 할 것인가, 식민지 하에서 그 종주국을 통해 받아들인 남의 나라 그림 양식을 두고 한 이런 물음들과 그에 대한 방법적인 해결을 찾아간 모습들이 감동스럽다.

이 전시의 가장 두드러진 기획 중에는 서화를 근대 미술의 첫머리에 둔 것을 꼽을 수 있다. 유구한 한묵 전통이 있는 도시에서 그것은 당연한 발상이었지만 오늘날 서양화의 도시가 된 현실에서 생각해볼 때 서화와 미술의 이례적인 연결이다. 대구 근대미술은 1920년대 초에서부터 화단이 형성된다. 그리고 당시는 서화계의 활발한 창작적 분위기가 있었다. 고서화 전시회의 풍성함이 대구가 양화의 고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든든한 뿌리였다는 것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서동진과 김수명을 위시한 대구 수채화가들의 작품들. 지역에서 활동했던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우리 근대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한 자리에서 보게 된 점이 뜻 깊다. 전시의 마무리는 근대와 경계를 짓는 두 모더니스트의 대조적인 스타일을 같은 자리에서 비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미술평론가 ydk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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