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ROTC출신 장군. 최초의 ROTC출신 사단장과 군단장, 군사령관. 최초의 비육사 출신이자 ROTC 출신 재향군인회장.'
박세환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장(69)의 궤적은 우리 군(軍)의 역사다. 지난 9월 25일 열린 향군 임시총회에서 박 회장은 육사 출신의 조남풍(71·육사 18기) 전 1군사령관과 민경배(73·육사 14기) 전 2군사령관을 물리치고 59.1%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33대 향군회장에 당선됐다.
전임 고 박세직 전 회장의 유고로 인해 치러진 후임 회장 선거에서 박 회장은 '젊고 힘있는 향군 건설'을 내세워 육사 출신 후보들을 물리치고 비육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향군조직 수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그가 군에서 이루지 못한 꿈은 ROTC 출신 최초의 육군참모총장밖에 없지만 재향군인회장에 취임하면서 그는 '제대군인의 참모총장'이자 국방장관이 된 셈이다.
그가 취임하자 8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에 이어 12일 김태영 국방장관과 이상의 합참의장이 잇따라 향군을 예방하는 등 재향군인회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집권 여당 대표가 향군회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회장은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지난 3년간 향군부회장(육군)을 맡고있 었기 때문에 향군조직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가 향군법 위반 논란에 휘말려 향군 부회장직 사퇴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세직 전 회장이 외부압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10개월 동안 사퇴서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가 반려하는 바람에 향군과의 끈끈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이렇게 향군조직을 이끌 수 있게 된 것은 다 고 박 전 회장께서 3년 전 육군부회장에 임명해준 데 이어 전작권 반환 논란 때 바람막이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라면서 "그때 저를 부회장에 임명한 것도 차기를 염두에 두신 것인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며 박 전 회장을 기억했다.
사실 박 회장은 18대 국회에 재입성, 3선 의원으로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에 의해 왜곡된 안보 분야의 각종 법안과 국방 및 안보정책을 바로잡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그는 인연을 맺고 있었다. 소망교회도 함께 다녔다. 지난 총선 때 공천을 앞두고 그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수성구 입성을 내심 원했지만 주호영 의원 등이 버티고 있어 고향으로 방향을 돌렸다. 고향인 영주에 가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내락을 받고 3개월 동안 바닥을 다졌지만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주도한 공천파동에 휘말려 국회 재입성은 무산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대구경북에 무한한 애정을 표시했다. "2군사령관 시절 2년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대구 수성을 지구당 위원장을 맡았던 4년 등 10년을 대구에서 살았기 때문에 대구의 골목길까지도 눈감고 훤하다."
그의 리더십은 외유내강형이다. '착하고 선해 보이는 눈매' 때문에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월남전 참전 당시 월맹군의 구정대공세 때 우리 대사관 경비소대장으로 있던 그는 아군의 희생 없이 적 13명을 사살하는 혁혁한 전과를 올려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야전지휘관 출신이다. 그때부터 그는 'ROTC 출신으로 별을 달게 되면 박세환이 가장 먼저 달 것'이라는 평판을 얻기도 했을 정도다.
향군회장에 취임하면서 그가 내세운 구호는 '젊고 힘있는 선진향군'이다. 지금까지의 군경력과 저력, 인내심이 증명하는 강한 리더십으로 향군조직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면서 단결된 힘있는 조직을 만들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선진향군을 만들겠다는 그의 호소는 향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박 회장은 '장학금 1만원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 향군 창립 57주년인 지난 10월 8일부터 시작한 모금운동은 2주 만에 1천만원을 넘어섰다. 목표액은 100억원. 형편이 어려운 향군자녀들의 장학금으로 향군의 변화를 이끄는 시금석이 될 것 같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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