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종플루, 경제 발목잡을 것" 우려가 현실되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신종플루가 경제 시계침의 진행을 붙잡을 것이란 우려가 봄부터 나온 가운데 신종플루가 급격히 확산된 이달 들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는 업체들이 실제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유행기를 맞은 신종플루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국내외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업계 '살려달라'

대구전세버스사업조합은 최근 대구시와 대구신용보증재단을 찾아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사업조합에 속한 40여개 전세버스회사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 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신종플루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전세버스회사 수입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학·졸업여행 신청이 전년에 비해 95% 이상 줄어들었다. 단풍 관광 등의 수요도 급감, 올해는 전년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구전세버스사업조합 윤현 이사장은 "1989년부터 이 사업을 했는데 올해처럼 힘든 시기는 처음이다. 장사가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대다수 업체들이 몇달째 돈 구경을 못하고 있다. 조합 회원 업체들이 영세해 직접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다. 대구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통해 당장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전세버스조합은 회원 업체당 5천만원의 긴급자금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전세버스업계뿐만 아니다. 여행사들도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였다.

대구의 메이저급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신청하는 리스트는 지금 백지상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아예 신청이 없다. 겨울철 성수기 예약도 시작된 지 오래지만 지난달 들어온 겨울 신청분마저 최근 들어 모조리 취소되고 있다"고 했다.

여행 수요 급감은 관련된 대형 공기업마저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이달 조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용학 조폐공사 사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신종플루로 여행객이 줄면서 전자여권 발급이 급감,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신용보증재단 추교원 이사장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서비스업종에 엄청난 충격파가 찾아오고 있다"며 "소비침체가 다시 찾아올까 걱정하고 있으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에 대한 자금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 등 서비스업종은 신종플루 대량확산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이익에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영업점 직원의 발병까지 나오면 영업점 일시 폐쇄 등 큰 충격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서울의 한 지점에서 직원 환자가 발생하자 즉각 지점문을 닫았다.

◆경기, 꺾일 수 있다

26일 정부는 당초 예상치와 달리 "올해 잘하면 플러스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신종플루 확산에 따른 서비스업계 전반의 충격은 정부의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신종플루 확산과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비슷한 전염병이 경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볼 때 신종플루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경우 경기가 다시 꺾일 우려가 번지고 있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사스(SARS)나 조류인플루엔자(AI)은 크게 확산되지 않아 경제 영향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1968년의 홍콩독감, 57년의 아시아독감, 18년의 스페인독감은 전 세계로 파급되며 발병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 독감은 57년 발생했는데 55년의 미국 GDP 성장률은 7.2%, 56년에는 2.0%, 57년 2.0%였으나 발병 다음해인 58년에는 -0.9%로 뚝 떨어졌다.

68년 홍콩서 발생한 홍콩독감 역시 전 세계로 퍼져 1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시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69년 3.1%에서 70년 0.2%로 하락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크게 둔화됐다.

보고서는 "신종플루가 급속히 확산되고 변종이 발생, 국가재난단계가 찾아오면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은 이미 신종플루로 인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보고서는 공공장소 기피 심리로 인해 서비스업이 1차 타격을 받음으로 인해 음식·여행·숙박·도소매업·오락·문화 관련업 등이 충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감염 상황이 나빠질수록 필수재 이외 상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나빠지고 세계교역량이 감소돼 우리나라 수출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국내외에서 신종플루가 조기에 진정되지 못하면 경기상황 및 전망 악화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서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봤다.

특히 서비스업에 이어 제조업 생산 감소가 나타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경기 급랭 과정에서 제조업의 GDP성장기여도가 80%까지 급등한 상황"이라며 "신종플루가 제조업 생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경우 국내 경기 둔화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그래프) 과거 대규모 감염질병과 글로벌 경제와의 관계(자료:하나금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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