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대문을 나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일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대구 거리의 첫 인상은 '중구난방'이다. 보도블록, 가로등, 안내 표지판, 각종 공공시설물, 간판…. 거리를 구성하는 모든 하드웨어에 조화가 없다. 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거리가 아니다.
거리 디자인이란 결국 어수선한 거리에 통합과 개성을 부여해 걷고 싶게 만드는 작업이다. 2007년부터 시내 50곳에 걸쳐 '디자인 서울거리' 사업에 돌입한 서울시는 개별 하드웨어에 대한 단위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시청 디자인총괄본부가 거리시설물을 통합 디자인하고 있다.
대구에도 디자인 개혁이 서서히 시도되고 있다. 동성로 거리부터 디자인을 입고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을 짜는 주체가 없어 '따로따로' '그때그때'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중구난방 거리
'이렇게 제각각일 수 있을까?'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마라톤 코스로 예정된 중구 공평네거리∼중앙네거리 600여m 구간. 일관성이란 전혀 없다. 맨홀, 버스 승강장, 교통 안내판, 소화전, 가로 판매대 등 모두 20가지 종류 공공시설물에 질서와 조화가 없다.
공평네거리 앞 인도. 반경 2m 안에 울퉁불퉁 맨홀 뚜껑이 7개나 박혀 있다. 갈색 뚜껑, 붉은 녹이 내린 뚜껑, 노란색 네모난 뚜껑…. 맨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다. 하늘색 공중전화 부스를 만났다가도 금세 빨간색 부스를 마주하게 된다.
인도 역시 중구난방. 갈색 다이아몬드형, 바둑판형, 화강암 인도까지 모양과 재질이 제각각이다. 거리시설물들이 이처럼 따로 놀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설치, 관리 주체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개별 단위사업 주체들은 전체 거리 경관에 무관심하다. 맨홀만 보더라도 한국전력, 통신회사, 경찰청 등 관리 주체가 5곳이나 된다.
◆디자인 거리
보도블록 색깔과 어울리는 갈색 벤치, 보도블록을 조각내 붙인 맨홀, 대구 읍성길을 따라 역사성을 살린 장대석…. 디자인이 넘쳐나는 요즘 동성로 모습이다. 노점상 등으로 혼잡했던 옛 모습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하루 평균 40만명이던 유동인구도 50만명으로 늘었다. 디자인의 힘이다.
동성로가 디자인 거리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까닭은 통합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사업에 앞서 공공디자인계를 신설하고 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했다. 공사 첫 삽을 뜨기 전까지 수차례 공공시설물 관리 실무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디자인 협의를 이어갔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지금의 동성로는 구청과 개별 거리시설물 주체 간 지속적 조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디자인 거리, 시가 나서라
대구시는 무질서한 거리 시설물에 통합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한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 중이다. 12월 시행 예정의 가이드라인은 혼돈의 거리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대구 거리 정비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치구 몫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이에 반해 서울은 지금까지 추진돼 왔던 모든 가로 경관 사업을 '디자인 서울거리' 프로젝트에 통합했다. 시청 도시가로경관팀이 총괄 관리를 맡아 거리 시설물을 통합 정비하고 있다.
사업 대상 50곳은 자치구에서 공모했고, 사업 실행 과정에서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 매뉴얼을 마련해 기본 원칙과 공공시설물별 업무 처리 기법을 담았다. 4가지 디자인 원칙은 '비우기' '통합하기' '더불어하기' '지속가능하기' . 대구가 눈여겨볼 점은 '더불어하기'다. 디자인 서울거리는 건물주, 시민단체, 전문가, 자치구 주체의 '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사업 전 과정이 이뤄진다. '내가 만드는 디자인 거리'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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