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는 헌재 결정에 수치스러워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야당 의원 93명이 신문법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서 이 법은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지난 7월 22일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야당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가 있었지만 법안 자체를 취소할 정도의 중대한 잘못은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국회가 앞으로 법안의 변칙 처리로 인해 표결 절차의 정당성이 의심되는 상황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라 설명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3권분립의 중추기관으로서 제몫을 못하는 국회를 꾸짖은 거나 마찬가지다. 나아가 "법안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청구를 기각하면서 사후 조치는 국회의 자율적 의사 결정에 맡긴 것 역시 국회 내 문제를 헌재에 끌고 오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스스로 타협할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외부의 법률적 판단에 매달리는 수준 낮은 국회에 대한 개탄이 담겨 있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영역과 권한을 자기 발로 걷어찼다는 이야기다.

여야는 헌재의 이런 결정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 법안 가결 당시 국회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1년이 넘게 끌어온 법안의 상정 자체를 막기 위해 야당의원 보좌관 심지어 외부세력까지 난입해 국회의 심의권 표결권 봉쇄 소동이 벌어졌다. 의회민주주의에서 법안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논의 토론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누구도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다. 지난 2005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을 직권상정하는 과정도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에서 발단했다. 그때도 한나라당은 이번처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가 국회 자율권 얘기를 들었다.

국회가 제 밥그릇을 남에게 맡기는 웃음거리는 이번 사태로 사라져야 한다. 어떠한 이유를 달아도 토론과 타협의 전당이라는 본분을 저버려서는 국회답지 못한 처신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