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대구 달서구 죽전네거리 인근.
도로가는 이미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점령당한 상태였다. 509번 시내버스가 주차된 차량을 피해 도로가로 접근하려 했지만 틈이 없었다.
승객들은 거의 한 차로 정도의 폭을 걸어 버스를 타고 내려야 했고, 버스는 속도를 내며 지나치는 차량들 속으로 다시 어렵게 진입했다.
509번 버스 안에는 이 광경을 지켜보는 4개의 '눈'이 있었다. 버스 전면 우측 상단에 설치된 4대의 카메라는 불법 주·정차와 버스 전용차로 위반 상황을 감지하고, 차량 번호를 인식했다.
이 카메라는 대구시가 불법 주·정차와 버스전용차로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 시내버스에 설치한 것이다. 모니터에는 현장이 그대로 비쳐졌고, 불법 주·정차 감지 리스트로 단속 대상인 차량 번호와 위치, 단속 시간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버스에 설치된 카메라 4대 중 정면을 향한 2대는 버스 전용차로 위반 여부를 감시하고 인도 쪽을 향한 2대는 불법 주·정차를 감시한다. 앞선 버스에서 찍힌 차량이 잇따라 온 버스에도 촬영되면 불법 주·정차로 단속되는 방식.
첫차부터 막차까지 단속하기 때문에 감시의 눈길을 피하기도 쉽지 않다. 버스 전용차로 위반의 경우 1분 이상 전용차로를 운행하는 차량은 단속 대상이다.
감시 상황은 시청 별관 6층에 마련된 '불법 주·정차 및 버스 전용차로 위반 단속 상황실'에도 그대로 생중계된다. 이날 찾은 단속상황실에는 40인치 대형 LCD 화면 6개에 시내 곳곳의 도로 상황이 마치 영화처럼 중계되고 있었다. 시가 올 들어 새로 설치한 고정식 무인단속카메라 23대의 단속 상황도 한눈에 들어왔다.
대구시는 오는 12월 14일 준공을 목표로 시험 운영 중이다. 벌써 버스 노선당 하루 평균 단속 대상 건수가 1만여건에 이를 정도로 불법 주·정차는 극심하다.
시는 이 중 30~40%가량이 확실한 단속 대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버스 승강장 진입이 어려워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데다, 전용차로 위반은 버스 운행 시간을 지연시켜 제 시간에 버스를 탈 수 없게 만든다.
경력 18년의 버스기사 김창한(49)씨는 "출·퇴근 시간대에 범어네거리~만촌네거리 일대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정상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무용지물이 된 버스 전용차로만 잘 지켜져도 승객들의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카메라가 장착된 버스 노선은 급행3번(동명~중앙네거리~MBC네거리~범물) 509번(성서~반월당~경산) 618번(월배~내당네거리~동인네거리~동구청~반야월) 순환3·3-1번(범물~안지랑네거리~북부정류장~복현오거리~범물) 등 5개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단속카메라는 고정식에 비해 화질이나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버스 운행 노선 전체를 감시할 수 있어 효과가 2배 이상 높다"며 "시민 홍보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단속 효과가 입증되면 내년에 4억원을 추가 투입해 카메라 장착 버스 노선과 대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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