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베르디의 작품인 '라 트라비아타'(춘희)는 18세기경 프랑스 사교계 여왕인 비올렛타와 프로방스 출신 귀족 알프레도와의 사랑을 그린 오페라이다.
프랑스 사교계의 여왕으로서 겉으로는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내적으로는 항상 공허했던 비올렛타. 그녀는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알프레도를 따라 주저함 없이 모든 것을 버렸지만, 아들 곁을 떠나달라는 알프레도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도망치듯이 떠나온다. 알프레도는 그녀를 파렴치한 여자로 몰아붙이지만, 비올렛타는 죽을 때까지 사랑하며 희생한다. 그 비올렛타를 노래하고 연기한다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던 기억이 있다. 비올렛타가 되기 위해서 이 책 저 책을 읽어가며 18세기 프랑스 사교계 상을 탐구했지만 우리의 문화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유럽에서의 생활과 문화 체험들이 비올렛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했고 잘 연기할 수 있었다.
비올렛타 역이 각별한 것은 지고지순하고도 절대적 희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인스턴트화된 지금의 삶 속에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방법은 참 편리한 것 같다. 사랑하다가 싫증나면 참 간단히도 헤어진다. 요즘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올렛타의 사랑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소모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이유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감성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렸을 적부터 이런저런 학원에 내몰리며 부모와의 대화나 친밀함은 생각지도 못하고 포기해 버리고 마는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이 안쓰럽고 보기 딱하다. 따뜻함 보다는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유리함과 이득을 따라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내가 재미있기 위해 남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치욕은 생각지도 않은 채 일을 저지르고마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부모님을 비롯한 기성 세대들이 따뜻함과 배려심을 알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 좋은 한 방법으로 예술을 꼽고 싶다. 이제 의식주 걱정은 안 해도 될 만큼 부유해졌지만 문화에 대한 관심도와 이해력은 중소국가 이하인 것 같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러한 문화를 같이 공유할 때 아이들의 감성이 따뜻해질 것이고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 또한 해소될 것이라 여겨진다.
지금 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한 번쯤 부모와 자녀들이 같이 손잡고 이러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류진교 대신대 교회음악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