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들여다 보기]케이블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인기 상승 중

케이블 TV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다. 요리, 가수, 패션 디자이너, 연예기자, 패션기자 등 분야도 다양하다.

여러 지원자 중에 서로 우열을 가려 살아남는 자가 프로그램의 승자로 남는다. 외국 프로그램에서 서로 독설을 늘어놓으며 자신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려 했던 낯선 풍경이 이제 우리 TV에서도 일상적인 광경이 됐다. 영미권의 인기 프로 '서바이벌' '아메리칸 아이돌'을 본떠 국내에서도 몇 년 전 유사 프로가 만들어졌지만 모두 외면당했었다. 한국적 정서와 맞지 않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즐기면서 프로그램을 만든다. 젊은 시청자들이 해외 프로그램을 자주 접해 익숙해진데다 해외 유학파들이 많아져 익숙해진 때문이다.

이긴 자에게만 특권이 주어지지만 지더라도 경쟁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한다. 실제로 '프로젝트 런 웨이 코리아'에 참가했던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들 가운데 탈락한 사람들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숍을 냈다.

온스타일 TV 리얼리티쇼 '디 에디터스'는 우승자 1명을 패션매거진 'W 코리아'의 에디터로 채용하기로 했다. 500여명의 지원자 중 6명의 인턴십 8주를 서바이벌로 진행했다. 이들에게는 수시로 미션이 주어졌다. 미션은 팀으로 나누어 주어지기도 하고 개인에게 주어지기도 했다. 경쟁자들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아이디어가 참신하지 못하다'는 등의 혹평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이제 이 프로그램 내에서의 경쟁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다. Mnet의 '슈퍼스타K'는 서울 외 8개 지역에서 전국적으로 총 72만명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최종 10명을 선발해 우위를 가렸다.

슈퍼스타 K의 시청률은 케이블에서 최고 시청률인 7.7%를 기록했고 오디션에서 예선 탈락한 정슬기는 이후 조PD의 소속사인 브랜뉴 스타덤과 계약을 체결하여 내년도 초쯤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다. 문자투표 참여자도 16만4563명에 달했다고 하니, 가히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 셈이다. 최종 우승한 서인국에겐 솔로앨범 발매 및 뮤직비디오가 보장되며 1억원의 상금까지 주어졌다. 프로그램이 끝나자 공중파들도 저마다 서인국을 다루었다. 우승자뿐만 아니라 탈락자인 조문근, 길학미 등도 큰 인기를 얻었다.

방송 중인 QTV '에드워드 권의 예스셰프'는 혹평으로 유명하다. 12부작으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에는 '제2의 에드워드 권'이 되겠다고 무려 1천여명의 도전자가 지원했다. 이 가운데 엄격한 서바이벌로 최종 12명이 추려졌다. TV에는 지원자들에 대한 에드워드 권의 욕설과 차가운 비평이 쏟아진다. 에드워드 권은 "당신이 만든 요리는 먹어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조리사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는 독설을 쏟아낸다. 이런 과정을 보며 시청자들은 동화되며 쾌감을 느낀다.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도 느낄 수 있다.

화려해보이는 직업들의 속살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에드워드 권의 '예스 셰프'라는 프로그램은 요리사의 세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얼마나 고된 훈련을 해야 하는지, 얼마나 밑바닥에서부터 완성도를 높여가야 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도 마찬가지. 패션 무대 위의 화려함을 만들기 위해선 무대 뒤에서 짧은 시간 동안 비참하리만치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 SBS 드라마 '스타일'을 통해 화려한 측면만 부각됐던 패션잡지 에디터라는 직업도 실제로는 스타들 뒤에서 끊임없는 아이디어 고민과 치열한 경쟁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사실도 '디 에디터스'는 보여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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