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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한 컷] <3>물매화…벌 ·나비 유혹하는 깊은 산속 매화

물매화는 의외로운 꽃이다.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느닷없이 핀 산속의 매화가 의외롭다. 또 꽃을 달기 위한 가지, 잎 따위의 갖춤이 있어야하는데 삐죽 올라온 줄기 끝에 핀꽃이 의외롭다.

물매화는 물기가 있는 땅에서 피는 매화 같은 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매화 모양의 꽃이 피는 풀이란 의미로 '매화초'(梅花草)로도 불린다. 이 식물은 물이 흐르거나 습기가 많은 산록 늪지에 주로 자라는 향기가 좋은 다년초이다. 7월 여름철부터 꽃이 피지만 늦게는 10월, 높은 산은 초목이 누렇게 시드는 때에도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야생화이다.

물매화는 곤충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산지대에 주로 자라는 관계로 꽃의 맨 중심부에는 넓고 큰 수술대가 뭉쳐져 있다. 그러나 뭉쳐진 수술은 벌이나 나비가 접근하면 약간 벌어진다. 수술이 다른 꽃에 비해 많은 것 같지만 5개의 완전한 수술이 있고 꽃밥은 모두 밖으로 향하며 타원형으로 꽃밥이 크다. 수술대는 처음에는 씨방에 기대었다가 교대로 밖으로 굽으며, 헛수술(가웅예)은 5개이고 끝이 12~22개로 부챗살 모양으로 갈라지며 끝에 황록색 선이 있다.

헛수술의 실 모양으로 갈라진 갈래 끝에 머리모양의 꿀샘이 있다. 암술잎(심피)은 4개이고 가장 가운데에 서로 합쳐져 있다. 어떤 것은 암술의 꽃밥이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빨간색인 것도 있다.

물매화는 이렇게 꽃의 구조가 지혜롭게 되어 있어 벌이나 나비가 드문 고산지대에서 꽃을 피워도 항상 곤충을 유인하여 꼭 씨를 맺고 한 해를 마감한다.

우리나라에는 물매화와 제주도 한라산 고원에 자라는 애기물매화 2종이 자라고 있다. 한라산의 애기물매화는 꽃이 다소 작고 헛수술의 갈라진 끝의 숫자도 적다.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화분에 심어 많이 기르기도 한다.

김영곤 야생화연구가

감수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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