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30여년 전 만해도 황무지에 지나지 않았던 지역이 오늘날 일약 세계적 첨단과학도시로 변모된 도시가 있다. 이 도시에는 현재 1,380여개의 기업에서 약 3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중해인근의 조용한 낙후지역이 상전벽해가 된 것이다. 불어로 '지혜의 도시'라고 이름 지워진 '소피아 앙티폴리스'라는 도시다. 프랑스 제2의 공항이 입지한 니스로부터 20㎞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프랑스는 과거부터 파리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심해 드골 대통령시절부터 강력한 지방육성 정책을 추진했다. 지방육성의 새로운 계기가 생겨났다. 1961년 파리국립광산학교 라피테 학장은 프랑스 최대 일간지 르몽드에 과학과 문화 그리고 지혜의 신도시를 지방에 개발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는 "파리 센강 주변의 대학들과 대학 주변의 카페, 레스토랑, 서점들에서 발산하는 역동성을 재현한 첨단기술의 신도시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정부는 1972년에 첨단산업체, 연구소, 대학이 한 곳에 모여 상호교류하면서 첨단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대규모 단지 건설을 남부 낙후지역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탄생이 이뤄진 것이다. 프랑스 남부지역은 쾌적한 자연경관과 온난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농업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해 지역경제는 피폐해져 있어 지방육성의 상징으로 소피아 앙티폴리스를 개발하고자 했다.
1972년부터 1단계로 약 23㎢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총 면적 중 65%는 공원녹지로, 28%는 연구개발과 산업용지로, 나머지 7%는 주거 및 여가 용지로 사용되었다.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살리고 많은 일조시간을 활용해 태양열을 이용하는 친환경적 개발을 시도했다. 도시 전체 고용인력의 53%가 고급인력이다. 입주업체는 정보기술산업, 생명공학산업, 에너지 및 환경산업 등 첨단기술산업으로 제한했다. 고급인력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나갔다. 리조트풍의 주택, 골프장, 쇼핑센터, 미슬관 등 문화적인 삶을 구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의 선도적 입지로 도시개발의 활성화가 촉진되었다. 정보통신기업인 컴팩, IBM, 톰슨, 마이크로 소프트, 시스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AT&T 등 다국적 선도기업을 유치했다. 70여개 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국제도시가 되었다. 정보통신산업은 전체 입주한 기업체의 25%, 일자리의 50%를 차지하는 주력업종이다.
주요 대학과 연구소도 입주했다. 파리국립공과대학, 니스 소피아 앙티폴리스 대학, 국립과학연구센터, 국립컴퓨터과학 및 통제연구소 등이 입지했다. 약 5천여 명의 연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러 관련 전문협회와 전문 소프트웨어, 컨설팅, 마케팅 분야의 서비스업체가 입주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기업체를 적극적으로 유치해나갔다. 중앙정부는 이전지원보조금 등 다앙한 보조금제도를 통해 기업과 연구소 등을 지원했으며 초기의 토지개발비도 지원했다. 융자도 지원하고 법인세, 지역진흥세 등 조세지원을 강구했다. 1단계 23㎢에 이어 2003년부터는 2단계로 22㎢가 추가 개발 중이어서 현재 모두 45㎢의 도시로 발전했다. 뉴스위크지는 소피아 앙티폴리스를 세계 10대 지식기반 선도지역의 하나로 선정했으며 유럽 3대 과학지식도시 중 핵심도시로 평가했다. 첨단지식도시 모델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소피아 앙티폴리스 성공에 숨겨진 몇 가지 비결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탁월한 실용적 리더십이 있었다. 라피테 학장이 프랑스 지방육성의 물꼬를 트기 위해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과 통찰력으로 만성적 낙후지역에 과학산업형 계획적 신도시 개발을 창안하고 실현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둘째 공항과 고속철도 이용이 비교적 편리하고 고급인력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구비했다는 점이다. 지중해와 가깝고 맑은 공기와 풍부한 햇볕이라는 자연조건과 골프장, 레포츠 시설 등 문화적 여건이 잘 갖춰졌다. 셋째 기업활동에 충분한 토지이용이 임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체에게 신속하게 제공되었다는 점이다. 전체 면적의 28%에 이르는 용지를 기업이 원하는 산업용지와 연구개발용지 등으로 제공되었다. 넷째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조세와 보조금 및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투자유치를 위해 관련 주체가 힘을 합해 세일즈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는 점이다. 다섯째 정보통신산업 등 첨단산업에 특성화하고 세계적인 선도기업과 대학 등을 유치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연이은 기업유치가 순조로웠고, 대학과 연구소와 기업체와의 강력한 산학협동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신도시,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혁신도시, 국가산업단지 등의 각종 개발사업도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로부터 얻는 비결을 응용함으로써 성공의 길로 접어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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