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梁)나라 무제(武帝)는 불교에 심취해 많은 불사를 이룩했다. 무제는 자신의 업적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달마대사에게 자신의 공덕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고 했다. 달마는 '황제는 공덕이 없다'고 답했다. 화가 난 무제는 달마를 쫓아버렸다. 무제는 불교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선정을 베푼 사람이다. 패륜과 학정을 거듭했던 이전의 황제들과 달랐다. 그럼에도 달마는 그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달마는 세간이 칭송하는 불사나, 세간이 떠받드는 공부를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머리 싸매고 하는 공부, 남의 위에 올라서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내면의 깨달음, 내면의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책 '공부하지 마라'는 선사들의 활연대오(豁然大悟) 순간을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선사들의 어록을 재미있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선사들은 글자나 뜻풀이에 매이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선법했다. 그들은 진리를 알기 위해 외우거나 읽지 않았으며, 문자의 개념에 연연하지 않았다. 오직 바로 볼 뿐이었다. 나병 환자를 만났을 때 나병을 본 게 아니라, 나병 이전의 사람을 보았다. 그러니까 이 책 '공부하지 마라'는 공부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한 공부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공부를 위해서, 영혼의 정화를 위해서 인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갠지스 강변을 서성이는 수행자들의 눈에서 가난한 평화를 배운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러나 '깨달음은 황량한 거리를 자유롭게 부유하는 비닐봉지에도 깃들어 있다. 전날 숙취를 풀기 위해 편의점에서 사 먹는 라면에서도 보살을 만날 수 있다. 떠날 필요가 없다. 밥숟가락 드는 것이 수행이고, 남에게 욕먹는 것이 수행이다'고 말한다. 살아가는 것이 곧 수행이라는 말이다.
'누구나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간다. 삶을 규정할 수 없고 평가할 수 없다. 지나가면 그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가여워 기록을 남기고 의미를 부여하려 애쓴다. 죽어서까지 남들의 말밥이 되고 싶어 한다.' -216쪽-
책은 또 이렇게 말한다.
'정력적으로 살수록 명을 재촉하는 격이다. 소식하고 자족하면서 가늘게 살아야 길게 산다. 늙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물론 죽음을 늦출 수는 있어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죽어줘야 또 누가 산다. 천하의 왕후장상도 시간이 먹다가 잠깐 남겨둔 사과에 지나지 않는다.'
열심히, 부지런히 살기보다는 편하게 만족하며 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선사들의 말씀이 게으름 피우며 대충 살다가 대충 죽으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함부로 살지 않되 애달파하지 말라는 말씀, 진정 값진 것을 보라는 말씀일 것이다. 224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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