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년 2월까지 세종시를 '교육+과학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법 개정을 마칠 그림을 그리고 있어 대구경북은 미래의 꿈인 의료는 물론 '교육'과 '과학'까지 다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의료에다 교육·과학까지 싹쓸이하겠다는 정부의 '세종시 대안'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어 지역의 미래를 지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서울대·고려대·카이스트 등 대학뿐 아니라 외국어고와 국제중 등 명문 초·중·고교도 세종시에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2일 알려졌다. 실제로 정부는 서울의 D외고 등 몇몇 외고들에게 세종시 이전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기업들을 대거 세종시에 유치하려면 대학과 함께 명문 초·중·고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조만간 열리는 제2차 세종시 민·관 합동위원회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자율고 신설 및 외고 이전 문제에 대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로부터 강력한 '세종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서울대는 최근 공과대·경영대·의과대·자연대·인문대 등 5개 단과대가 참여하는 '세종시 특별 대책팀'을 구성하고 이전 대책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서울대 제2공과대를 세종시에 신설하는 방안이 최소 4, 5개 단과대의 일부 기능이 함께 이전하는 '제2 캠퍼스'안으로 수정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관련, 중이온가속기를 세종시에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이온 가속기'는 물질의 핵을 빛의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켜 '극미한 물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암치료, 신물질·신품종 개발, 핵물리 연구 등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 인프라다.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일환으로 중이온가속기 사업에 5천억원의 국비를 배정해놓았다. 이는 방폐장 건립을 조건으로 경주가 얻은 '양성자 가속기'(국비 1천286억원, 지방비 1천604억원)보다 훨씬 크다. 특히 중이온 가속기를 지역에 유치해 포항의 방사광가속기, 경주의 양성자가속기를 연계한 '가속기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경상북도의 구상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방폐장을 떠안고 양성자가속기를 얻었는데 세종시는 가만히 있어도 중이온가속기를 정부가 알아서 챙겨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한편 국회 예결위가 22일 검토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예산 95% 삭감 의견을 제시, 세종시 여파로 안 그래도 힘든 대구경북의료단지 조성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국회에 제출된 의료단지 내년 예산안은 건축비 828억원, 설계비 41억원, 사업추진비 3억원 등 총 872억원으로, 이 보고서는 건축비 828억원(94.9%) 삭감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 의료단지 실시설계가 내년 10월쯤 마무리되기 때문에 당장 건축비 예산이 필요 없다는 것이 삭감 의견 이유다.
이에 대해 경북대 한 교수는 "역사문화도시와 솔라시티를 내걸었던 대구경북이 역사문화와 빛을 지키지 못하고 호남에 빼앗겼는데 이번엔 의료와 교육, 과학까지 세종시에 빼앗기게 됐다"며 "정부가 지방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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