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어촌 '도시 고교생 逆유학' 불만

대입 특별전형 혜택노려 위장전입…지역 학생은 인근 학교 배정 못받아

대학들이 농어촌 고등학교 학생을 정원외로 4%까지 뽑을 수 있도록 한 농어촌 특별전형 제도가 도시 출신 '짝퉁 농어촌 학생'을 양산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농어촌 고교로 역유학을 떠나는 도시 학생이 급증하면서 정작 그 지역 학생들은 집 가까운 고교에 진학하지 못해 학생, 학부모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학생들을 위해 1996년 도입된 대입 농어촌 특별전형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어 합격 조건이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농어촌 특별전형 지원자격을 '농어촌 고교에서 3년간 가족 모두 거주하면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또는 '농어촌 학교에서 중·고교 6년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학교 3학년 2학기가 되면 경북 일부 읍면에는 한꺼번에 전학생이 몰린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실제로 정영우(가명·55)씨 부부는 얼마 전 가족의 주소를 고향인 경북 영천으로 옮겼다. 중3인 아들을 농어촌 특별전형 해당 고교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다. 이후 정씨는 대구에 따로 떨어져 살면서 기러기 아빠로 출퇴근한다.

기숙형 농어촌 고교의 경우 사교육에서 해방된다는 장점까지 더해져 타지 출신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상주의 최무영(가명·50)씨 경우 지난해 구미 한 농어촌 고교로 딸을 진학시켰다. 최씨는 "상주는 농어촌 특별전형이 사라졌기 때문에 구미의 기숙형 학교에 보냈는데 무엇보다 사교육비 부담이 없어 좋다"고 했다.

이처럼 농어촌 고교의 '전국구' 변신이 잇따르면서 정작 그 지역 출신 학생들이 농어촌 특별전형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폐단도 적잖다. 특히 도시 주변 읍 단위 학교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도시에 살면서 읍 지역으로 위장전입해 농촌 고교에 진학시키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농어촌 고교까지 생겨나면서 부작용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쟁률이 치솟다 보니 정작 그 지역 중학생들이 집에서 먼 고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영양여중 학부모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최근 '영양에 사는 학생들이 지역 농어촌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권익위는 이를 받아들여 경북도교육청에 지역 학생 특별전형을 권고했다. 올해 영양여고에는 영양지역 중학교 졸업생 50여명 중 20명이 원서를 냈으나 3명만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합격생 중 20명은 대구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었다.

앞서 2007년에는 문경 점촌고가 전국적인 명문 고교로 떠오르면서 외지 학생들이 대거 몰려들어 지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시 1학년(현 3학년) 정원 180명 중 외지 출신이 88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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