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멕시카나치킨….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대구경북에서 출발, 전국구로 히트를 친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두번째는 지역에서 시작했지만 최근 본사를 더 큰 시장인 서울로 옮겼다는 것. 지역에서는 더 이상 발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회사의 수도권 이전 배경에는 지역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도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토종 프랜차이즈들이 본사를 잇달아 수도권으로 옮기자 그제야 대구시가 정신을 차렸다. 지역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 '대구의 맥도날드'를 만들자는 것이 시의 전략이다.
◆프랜차이즈 메카, 대구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대구경북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는 공식 등록한 것만 300여개에 이른다. 영세한 규모의 비공식 업체까지 합하면 그 이상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등록된 프랜차이즈 업체가 1천330여개로 집계됐으니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비율이 22.5%에 이르는 셈이다. 프랜차이즈의 메카로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다.
대구 프랜차이즈의 선두주자는 치킨과 커피다. 치킨의 경우 대표적인 주자가 교촌치킨, 멕시카나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이다. 이들 업체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전국구 스타가 됐다.
대구에 유독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가 많은 이유가 뭘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대구경북지회 임우용 사무국장은 "대구는 예전부터 닭 부산물이 많은 지역이었다. 전국 물량의 80%가 대구에서 움직일 정도여서 닭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대표 브랜드는 커피다. 대구는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의 천국이다. 흔히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 커피점뿐 아니라 대구에서 출발해 전국에 뿌리를 내린 토종 프랜차이즈만 5개나 된다. 지역민들 사이에 너무 유명한 탓에 서울 브랜드로 오해를 사고 있는 다빈치커피를 비롯해 슬립레스인시애틀(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커피명가, 핸즈커피, 안에스프레소 등 5곳이 토종 브랜드 '빅 5'로 꼽힌다.
이들 업체가 보유한 가맹점만 120여곳에 이른다. 대구 전체 커피전문점의 70%가량을 차지한다. 결국 대구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인 별다방 '스타벅스'나 콩다방 '커피빈'이 마이너인 셈이다.
슬립레스인시애틀 이상혁 대표는 "비교적 저렴하고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정착된 대구여서 사업 성공이 가능했다.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대구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토종 브랜드가 도심과 대학가 등 요지를 선점하는 등 토종 브랜드의 노력도 사업 성공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대구의 '맥도날드' 만들자
하지만 '프랜차이즈 메카, 대구'라는 등식이 최근 들어 시들해지고 있다. 토종 브랜드들이 잇따라 서울로 본사를 옮기는 등 '엑소더스'(Exodus)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에 밀리다 보니 큰 시장인 서울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다 대구시의 서비스 산업정책에서 프랜차이즈는 서자(庶子) 취급을 받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구시는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토종 브랜드의 이탈을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9월 29일 발표한 '2012년까지 가맹점 1천개 이상의 브랜드 100개 육성'과 '세계 100대 프랜차이즈 기업에 국내 3개사 이상 진입'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하면서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은 놓쳐서는 안 될 '핵심 노른자'가 됐다.
지식경제부는 ▷프랜차이즈 창업보육센터를 2010년 2곳, 2012년까지 5곳 지정 ▷프랜차이즈 아카데미 설립 ▷세계프랜차이즈이사회(WFC) 서울 총회 개최 ▷국내 100대 브랜드 발표 등의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는 올 연말까지 대구시, 경북도, 지방중기청, 소상공인지원센터, 프랜차이즈협회, 대구상의 등이 참여한 '대구경북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 협의회'(가칭)를 구성,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의 싱크탱크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지식경제부가 선정할 예정인 '프랜차이즈 창업보육센터' 유치를 위해 지역 대학에 프랜차이즈 학과 설립을 유도하고, 소상공인지원센터나 대구상의에 '프랜차이즈 아카데미'를 설립할 계획이다.
지역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매년 2, 3개 업체를 '프랜차이즈 스타기업'으로 선정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대구시 김철섭 경제정책과장은 "대기업보다 자영업 비중이 큰 지역 특성상 5년 이내 폐업률이 84.3%나 되는 자영업보다 5년 이내 폐업률이 25%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산업이 고용창출 등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괜찮은 프랜차이즈 본점을 지역에서 많이 키워낼수록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 육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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