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는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충청권과 비충청권의 갈등과 대립을 조율하고 달래야 할 집권여당이 이번 사태 해결에 아예 손 놓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오히려 당내에서 친박(근혜)과 친이(명박)로 갈려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만 증폭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6일 "(정부가) 국가 차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발언은 야당 대표의 기자회견에서나 흔히 듣기 마련인데 여당 고위 인사가 버젓이 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현재 국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들러리 역할밖에 못 하고 있다는 얘기인지 궁금하다. 집권여당이 청와대, 정부와 교감조차 나누지 못하고 계속 끌려가고 있다면 도대체 정치가 왜 필요한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이런 형국이라면 한나라당은 심각한 정치력 부재를 넘어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당내 사정이 복잡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α'의 주창자인 만큼 세종시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친이와 친박의 전면전을 불러오는 탓에 당내 의견 수렴이 어렵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의원 개별적으로 계파, 출신 지역, 혹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계파는 한나라당 집안문제일 뿐이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해선 당내에서 싸울 것은 싸우고, 조정할 것은 조정하는 것이 마땅할진대 집안싸움 때문에 아무런 일도 못 한다는 것은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갈라서고 도태될 각오를 갖고 제 역할을 하려는 의원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은 여당의 체질과 풍토에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대구경북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의원들의 수가 손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을 볼 때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표는 받아놓고 지역민의 이득을 챙기지 않는다면 '도둑' 심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더욱이 몇몇 지역 출신 의원은 정부의 대변인인 양 세종시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민심은 영원하지 않다. 한나라당이 제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