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단상]배낭은 메고…

'세종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에 행정부처 이관 계획의 원안에 대한 수정 불가피설을 꺼내면서 논란에 불을 지펴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역과 단체, 야당의 반발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 총리가 취임하면서 행정 중심 도시에서 기업 중심 도시를 거쳐 교육과 과학이 중심이 되는 도시, 국가산업도시로 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정부가 12월 10일쯤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하나 논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종시'는 노무현 정권 때 '천도 계획'으로 불렸던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 조치법'의 연장선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수정 보완된 행정 중심 복합도시 건설이다. 충청남도 연기군과 공주시 일원 72.91㎢에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중앙행정기관 9부2처2청과 첨단지식 기반, 그리고 의료 복지 시설을 조성하는 국책 사업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인한 위헌 논란을 피하고 대선 공약도 지킬 수 있도록 하면서 수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추진된 세종시는 이때부터 파행을 띨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게 됐던 것이다.

정부가 세종시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종시를 국민과의 신의를 지키겠다면 원안대로 과감히 밀고 나가고, 국론 분열과 국정 효율만 떨어뜨리는 것이 분명하면 포기해야 한다고 본다.

'세종시에 목을 매고 있는'에 나오는 '매고'를 '메고'와 혼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정부가 올 연말 선정 예정인 '한국뇌연구원' 설립 추진 계획안을 확정, 유치 신청을 받으면서 뇌연구원 유치에 목을 메고 있는 DGIST의 행보가 바빠졌다."에서 '목을 메고'는 '목을 매고'의 잘못이다.

'메다'는 물건을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다, 어떤 책임을 지거나 임무를 맡다, '매다'는 물건을 동여서 묶다, 끈 같은 것으로 무엇에 이어 놓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배낭은 메고 넥타이는 매라."를 기억해도 좋겠다. '둘러매다'는 "허리에 띠를 둘러매다."에서와 같이 둘러 감아서 두 끝을 맞매다, '둘러메다'는 "보따리를 둘러메다."와 같이 물건을 번쩍 들어서 어깨에 메다란 뜻으로 구분해 표기해야 한다.

말 많은 사람도 있고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반해 말 없는 사람도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어떤 단체든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그들을 껴안아야 한다. 반대하지 않는 이는 지지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인간관계란 늘 좋은 쪽으로 가져가야 한다. 눈앞의 사건에만 매달리면 멀리 보지 못하게 된다. 깊은 강은 언제나 조용히 흐른다. 반면에 얕은 강은 소리를 내며 흐른다. 속 깊은 사람은 깊은 강을 닮게 마련이다. 그런 지도자가 많아져야 좋은 사회, 희망이 있는 사회가 된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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