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 키 키우려면, 성장판 닫히기 전에 손써야 '루저' 안된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을 지키면 키가 쑥쑥 커질 뿐만 아니라 튼튼한 신체도 갖출 수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을 지키면 키가 쑥쑥 커질 뿐만 아니라 튼튼한 신체도 갖출 수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내 아이 루저(loser)는 안 돼."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나온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는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혹시 내 아이의 키가 더 크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서구적 체형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키는 자신감과 자존심까지 좌우하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가 대학생 1천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가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고, 남학생의 경우 24%가 그 이유를 키라고 답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모(34'여)씨는 "키가 크고 작은 데 집착하는 것이 외모지상주의가 빚어낸 그릇된 인식이라고 해도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키가 더 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했다.

◆성장호르몬 주사 효과 있나

"아빠 엄마는 다 큰데 아이는 왜 작죠?" "엄마, 아빠의 키가 작은데 어떻게 하면 키 큰 아이로 만들 수 있나요?"

자녀의 키를 키우고 싶은 건 대다수 부모의 바람이다. 아들, 딸의 키가 또래보다 작을 경우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벌써 다 커 버린 것인지, 앞으로 더 클 수 있을지를 알 수 없기에 애간장이 탄다.

친구들보다 10㎝가량 작았던 지영(가명'14'여)이는 지난 1년 동안 키 키우기 작업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160㎝를 조금 넘고, 어머니는 158㎝이다. 부모는 학교 교실에서 늘 앞자리에 앉는 지영이가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병원을 찾았다. 초경이 시작됐지만 다행히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고, 다른 이상도 없었다. 생리억제제를 투여하고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160㎝ 정도까지 키가 클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운동과 함께 1년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지영이의 키는 157㎝. 10㎝를 키우는 데 1천200만원이 들었다. 아버지는 "좀 더 커주길 바랐지만 유전적으로 예상한 키의 범위를 넘지는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성장호르몬을 맞으면 키를 키울 수는 있지만 키가 작다고 누구나 성장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저신장에 해당하거나 연간 성장속도가 4㎝ 이하로 성장장애가 의심돼야 한다. 또래 평균보다 10㎝ 이상 작을 때 대상에 포함된다. 저신장은 100명의 아이 중 키 작은 순서로 3번째 이하다.

비용도 만만찮다. 키를 크게 하기 위한 인위적인 약물로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유일하지만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만성신부전증 등 일부에만 보험이 적용되고 이외의 치료에 사용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비보험이다. 1년 이상 투여할 경우 비용이 1천만원 이상 든다. 그나마도 성장판이 닫힌 후라면 소용이 없다.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용훈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다른 몇 가지 원인으로 저신장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체질적인 성장지연은 경과만 관찰하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이 성장과정 관찰 중요

자녀가 얼마나 클지에 대한 관심은 저신장 자녀를 둔 부모의 관심사항만은 아니다. 당장은 키가 크고 잘 자라지만 언제 성장이 멈춰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은 누구나 있다. 수학공식처럼 내 자식의 키도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전적으로 최종 신장을 예상하는 방법은 있다. 부모의 신장 평균치에 남자의 경우 6.5㎝를 더해주고 여자인 경우는 6.5㎝를 빼준다. 하지만 이 계산법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박 교수는 "예상되는 최종 키를 판단할 때 뼈의 연령, 성장판의 열고 닫힘 정도, 가족력, 성장호르몬의 이상 여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키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성장과정과 정도를 살피는 부모의 노력이다. 키는 일생 동안 두번 크게 자란다. 만 2세까지 한번, 사춘기 때 또 한번의 급성장기를 맞는다. 50㎝ 정도로 태어난 아이들은 만 2세까지 1년에 10~20㎝ 정도 자라고, 이후에는 매년 5㎝ 정도 성장한다. 그러다 사춘기를 맞으면 1년에 7~12㎝ 정도가 자라고, 급성장기 이후에는 4~6㎝ 정도 자라다 성장이 멈춘다. 남자의 경우 20대 전반까지 자라기도 하지만 여자는 14, 15세 때 사실상 성장이 완료된다.

여자의 경우 초경 시작과 함께 얼마 자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초경 이후라도 개인차에 따라 성장판이 닫히는 기간에 차이가 난다. 초경을 하지 않았다고 더 많이 클 것이라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여성호르몬이 분비돼도 초경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경을 키 성장의 기준으로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시 한의사회 김주봉 홍보이사는 "유전적인 요인이 아이의 신장을 결정짓는 데 영향을 미치지만 성장과정에서의 질병, 영양상태, 수면,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부분도 기여를 하는 만큼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키가 잘 크고 있는지 아닌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성장속도가 더디다면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정상치로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손 엑스레이 사진으로 성장판의 열고 닫힘 정도를 알 수 있다. 성장판이 열린 상태라면 치료가 가능하다.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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