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대구경북을 찾았다. 이 대통령의 고향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다. 고향에서는 이 대통령을 늘 환영했다. 특히 지난해 5월 21일 방문 때는 촛불 정국으로 힘겨워하던 차여서 고향의 환영이 이 대통령을 기쁘게 했다. '이명박 대통령님 힘내세요'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었다. 9월 18일 포항 방문 때 환영 열기는 더 대단했다.
그러나 세번째 고향을 찾은 이 대통령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란 게 주변의 관측이다.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데다 이 대통령에 대한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마저 세종시 수정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이 대통령 국정 지지도도 40%대로 뚝 떨어졌다.
대구경북이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란 세종시 성격 때문이다. 교육은 대구경북이 추진하는 교육특구와, 과학은 대구·광주가 추진하는 연구개발(R&D)특구 및 경북이 추진하는 가속기클러스터와 충돌한다. 경제도시 세종시를 위해 대기업 공장 설립을 정부가 종용하면서 각 지방의 혁신도시, 산업단지에 유치할 기업을 싹쓸이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반대의 두 번째 이유는 세종시에 대한 지나친 인센티브다. "세종시의 경우 KTX 등으로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라 수도권의 범주로 볼 수 있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영호남과 강원 동부 쪽에 더 큰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이인중 대구상의 회장)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정부의 전략 부재로 지방의 반발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안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고, 세종시 수정을 추진했으면 전국적인 반발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이날 고향 방문에서 무슨 말을 하고, 정부가 이 대통령 방문 이후 어떤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냐에 대구경북이 주목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이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은 '세종시 이상의 정부 지원과 관심'이다. 대구시, 경북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구경북연구원,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대구경북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상길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추진단장은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발전 방안에 '의료'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의료 분야 대기업 대구 이전, 세계 10대 병원 그룹인 싱가포르 파크웨이 등 해외 기업 및 연구소 대구 유치에 정부가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인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은 "광주과학기술원이 광산업으로 특성화해 성공한 것처럼 우리는 뇌융합으로 특성화할 수 있도록 한국뇌연구원은 반드시 유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정부가 세종시 문제에 온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 공약 사항인 5+2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을 특화 육성해야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대구경북의 그린에너지와 IT융복합 산업 등 광역경제권별로 특화된 선도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 분야 대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정부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대구·광주가 '영호남 현안 어깨동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특구와 교육특구 지정·육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 세종시·대덕단지-대구·포항-광주를 '내륙 교육·과학 삼각 벨트'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국민적 지지를 받는 방안(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이란 지적도 있다.
김병구·이재협·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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