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프로그램이 연달아 사회적인 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의 '식객 특집 뉴욕편'에 대한 논란이 한때 거셌다. '무한도전' 방송 직후 셰프에 대한 정준하의 무례한 행동이 네티즌과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줬다며 구설에 올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MC들의 영어실력과 행동을 비난하는 글이 논란을 재점화시켰고, 이 비난을 다시 반박하는 글이 등장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가수 타블로의 친형 이선민씨가 자신의 미니 홈피에 무한도전 뉴욕편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다시 뜨거워졌다. 이씨는 "완전 낯 뜨거워 미치는 줄 알았다"며 "국민MC들의 또라이짓"이라고 프로그램을 맹비난했다. 이씨의 미니 홈피는 이틀만에 방문자가 1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여기에 반박해 힙합가수 데프콘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선민이란 사람은 무개념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준하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것도 논란의 한 축이 됐다. 당시 이 방송에 출연했던 요리사 양지훈씨는 방송 이후 정준하를 옹호하는 글을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네티즌의 비난이 거세지자 스스로 삭제하기도 했다. 양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정준하에 대한 비난이 거센데 대해 현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명현지 셰프의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에 대한 논란은 미니 홈피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적 반향을 낳았다. 이렇게 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미니 홈피가 사적인 공간인가'에 대한 토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사회적 논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에 미니홈피가 이용되면서 미니 홈피는 '사적인 공간'에서 또다른 중요한 사회적 매체가 되기도 한다. 이에 앞서 KBS 2TV '미녀들의 수다'는 '루저' 파동을 일으킨 바 있다. 한 일반인 출연자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을 제작진이 거르지 않고 방송해 문제가 됐다. 출연자가 "대본에 적힌 글을 그대로 읽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제작진은 "대본은 참고자료일 뿐 강요는 없다"고 대응하면서 책임 공방까지 벌어졌다. '루저 발언'에 발끈한 네티즌들은 방송이 나온 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찾아내 인터넷에 올리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연이어 발생했다.
'루저 발언'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건 해당 여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여학생이 재학 중인 홍익대 입시정보 사이트마저 해킹을 당하며 한때 몸살을 앓았다.
24일 오후 홍익대 입시정보 사이트 상담 게시판에는 관리자 명의로 '루저는 안받습니다'라는 제목의 공지가 떴다. 한편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가 언론중재위원회로 폭주하고 있다. 루저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제작진이 전격 교체되고 새로운 10명의 신입 미녀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이처럼 예능의 방향이 현장감 있는 리얼리티로 가다 보니 일반인들이 예능에 등장하는 숫자가 훨씬 많아졌다. 무한도전 뉴욕편에서는 뉴욕 사람들의 반응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그 때문에 한 예능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 전체를 흐렸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루저' 발언도 마찬가지. 일반인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적인 견해를 밝힌 것을 그대로 방송해 결국 '미녀들의 수다'는 큰 위기를 맞아야 했다. 방송인과는 다른 일반인의 발언과 반응을 '신선하게' 담고 싶은 제작진의 욕구가 낳은 위기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