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이기는 사람들]16년전 위암 수술 김대일씨

힘들땐 "나을 수 있다" 다지고 의사 지시 꼭 따라

위암을 이겨낸 김대일(왼쪽)씨가 주치의인 손수상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위암을 이겨낸 김대일(왼쪽)씨가 주치의인 손수상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병을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으면 명의의 치료도 효과가 없습니다. 스스로 건강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최고의 치유법입니다."

16년 전 위암수술을 받은 김대일(67) 전 경덕여고 교장. 그는 1993년 여름방학 이후부터 술을 마시거나 과식하면 속이 쓰렸다. 흔히 있는 위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진단을 받았다. 교직생활의 대부분을 고3 진학지도 담당교사로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와 과로가 위암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위암에 걸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을 끝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할 일을 다하고 떠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오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수술 날짜가 다가오면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교직자와 한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신바람나게 한번 해보고 싶은데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수술 직전에는 주전자를 던지면서 '행패'를 부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으론 결코 쉽게 포기하고 죽을 수는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건강을 회복해서 살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수술 직후 의사가 해 준 말 덕분이었다.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계명대 동산병원 손수상 교수가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았고 수술이 잘 됐다고 말했습니다. 아무 걱정말고 병원에서 지시한 대로 치료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용기를 줬습니다. 이때부터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정성도 큰 힘이 됐다. 수술 뒤 2, 3년 동안 부인에게 온갖 몽니를 부렸지만 묵묵히 참아준 것이다. 부인은 김씨가 힘들 때마다 의사의 말을 상기시키면서 안정시키고 회복 가능성을 일깨워줬다. 부인과 두 아이의 사랑은 어떤 치료약보다 효과가 있었다.

"위암진단을 받은 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버지에게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가장으로서 가정을 이끌어가기 위해 힘을 냈습니다."

김씨는 수술 뒤 의사의 지시를 철저히 따랐다. 의사가 권한 음식과 운동법을 꼼꼼히 메모하고 지켰다. 음식물은 가리지 않았고, 영양분이 높은 음식을 적절한 시간에 맞춰 먹었다. 수술 직후에는 가까운 거리를 걸어다니는 운동과 아침 등산을 시작했다. 퇴직한 뒤에는 한 달에 2, 3차례씩 원거리 산행을 하고 있다. 김씨는 위암에 걸린 것을 원망하기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위암에 걸린 뒤 잃어버린 것은 재정적인 손실과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많이 하지 못한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겪지 않아도 될 힘든 일을 겪게 해 죄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한 사람이 아프면 모두 함께 고통을 느끼고 한 사람이 즐거우면 가족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한 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씨는 수술 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수술 전에는 주위의 사람들을 경쟁자로 여기고 살아왔지만 수술 후에는 자신이 회복되기를 바라고 돕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스스로 만족하고 모든 사람들이 고맙게만 생각되니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행복은 건강을 잃었다가 되찾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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