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고 있는 직책이 꽤나 골치 아플 것 같아 보인다. 행정안전부 '행정선진화기획관'. 원래 기획이란 게 겉으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막상 해보라면 어려운 일 아닌가. 하지만 스스로를 '워크홀릭'(workholic·일에 중독된 사람)으로 소개한 정태옥(48) 기획관은 "국가 선진화는 행정 선진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도 보람"이라며 우문현답(愚問賢答)을 내놨다.
불합리한 행정관행 개선, 민간 선진기법 도입 등의 임무를 맡고 있는 행정선진화 기획관은 지난 9월 신설됐다. 정 기획관이 선보인 첫 작품은 '유동정원제'. 중요성이 떨어지는 부서의 정원을 줄여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한 부서에 재배치하는 제도로 공직사회에는 처음 도입됐다. 행안부가 먼저 시범실시한 뒤 다른 정부 부처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2005년 국내 모 대기업에서 직무휴직(공직 대신 민간에서 근무)때 경험해보고 도입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주먹구구식 인력 증원을 예방하고 업무 편중을 효율적으로 분산할 수 있거든요. 사회 발전에 따라 행정 수요도 다양해지고 새로운 업무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행정조직도 유연해져야합니다."
그는 이른바 'S라인'(서울시청 출신 인사)이다. 1986년 행시 30회에 합격한 뒤 대부분의 공직생활을 서울시와 시내 구청에서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최대 성공작으로 꼽히는 교통체계 개편·교통카드 도입과 서울시청 앞 광장의 스케이트장 설치 등도 정 기획관의 손을 거쳤다.
하지만 그는 "'S라인' 출신이란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누구누구는 어디 출신이어서 잘 나간다는 식으로 보는 건 편협된 생각"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자질과 성과로 평가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민선 이후 서울시의 행정수준은 많이 높아졌습니다. 항상 뉴욕, 도쿄 같은 세계적 도시들과 비교하면서 평가합니다. 직원 간의 경쟁도 엄청 치열할 수밖에 없죠."
화제는 자연스레 대구경북 공직사회로 이어졌다. "지방이라고 행정선진화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시급하죠. 지자체들은 중앙정부·해외와 인사 교류를 확대해야 하고, 공직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말아야 합니다. 학연·지연 중심의 순혈주의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습입니다."
순박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무관 시절 별명이 '제갈조조'였을 정도로 튀는 아이디어가 많은 그는 포항 죽장면 출신이다. 하지만 대구에서 영선초교·대구중·대륜고를 나왔다. 고려대 법대 재학 시절 만난 부인 유명희(행시 35회)씨는 1995년 통상산업부의 첫 여성 통상전문가로 발탁돼 현재 주중 북경대사관 경제참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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