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족애를 다룬 연극들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따뜻한 피붙이의 정이 새삼 그리워지는 것은 겨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 온누리의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사진)'가 15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예술극장 온에서 장기 공연된다. 최근 막을 내린 '친정엄마와 2박3일'이 엄마의 살가운 정을 얘기한 것이라면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경상도 아버지의 무뚝뚝한 정을 무대로 옮겼다.
경숙이 아버지는 6'25전쟁이 터지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란길을 나선다. 3년 뒤 전쟁이 끝나자, 아버지는 수용소 동지인 꺽꺽이 삼촌에게 집과 가족을 부탁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새 어머니와 꺽꺽이 삼촌은 아이를 갖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아버지는 집에 돌아왔다가 돈을 가지고 나가버린다. 경숙이의 새 가족은 아버지를 피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지만, 아버지는 춤판에서 알게 된 새 어메 '자야'를 데리고 찾아온다.
원작자 박근형은 보잘것없고 비루한 삶 속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해내는 솜씨가 있다. 경숙이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성애의 전형이 아니라, 자기만의 꿈을 좇는 철없는 아버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역시 아버지다. 긴 방황에서 돌아온 그는 딸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신발을 사온다. 딸은 아버지에게 증오에 가까운 면박을 주지만, 아버지는 "그래 인생이 원래 지독한거다! 잘 살아라, 내 간다"라고만 할 뿐이다. 못난 아버지지만 가족 역시 그를 외면할 수 없다. "가지 마이소, 아직도 갈 데가 남았습니꺼!" 별나지만 보편성을 담은 따뜻한 가족 이야기다. 평일'토요일 오후 8시, 일요일 오후 6시(월'화 공연 없음). 053)424-8347.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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