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수험생들의 손에 쥐여졌다. 수능 성적을 잘 받았건 기대만큼 받지 못했건 정시모집에서 어느 대학을 선택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두 영역을 망쳐 전체적인 점수가 평소보다 떨어진 수험생 중에는 일찌감치 재수를 생각하고 전략도 없이 평소 가고자 했던 대학에 원서를 내고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말처럼 '입시는 과학'이다. 200여 개 대학이 수도 없는 전공을 펼쳐놓고 수십만 명의 수험생들이 지원하기를 기다리는 무적위성 속에도 한결같이 적용되는 원리가 있고 법칙이 있다. 자신의 수능 성적이나 학생부를 대학의 반영방법과 비교해 얼마나 유리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바뀔 수도 있다. 분석과 판단, 결정으로 이어지는 정시모집 전략 수립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할 때다.
◆2010학년도 정시모집 특징
올해 대학입시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여럿 있다. 수험생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정시 지원의 큰 틀을 그려봐야 한다.
먼저, 정시 모집인원은 줄고 경쟁자는 많아졌다. 수시모집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60% 가까이 선발하는 바람에 정시의 문은 더 좁아졌다. 수시모집에서 지원이 미달됐거나 합격자가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채우지 못한 인원이 정시로 이월된다고 하지만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학과는 그럴 여지가 적다. 게다가 올해는 수능시험 응시자가 지난해보다 무려 8만8천여 명이나 늘어 정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별 경쟁률 상승과 합격가능 선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정시에서 대학별 고사의 비중이 크게 떨어지고 수능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8개에 불과하고 면접 구술고사도 교·사대 등 일부를 제외하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반면 일반전형 내에서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수능 우선 선발 비율이 확대되고 수능의 전반적인 반영비율이 높아졌다. 정시가 수능 체제로 전환했다는 뜻이므로 대학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반영 방법, 특정 영역 가중치 적용 여부 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이밖에 학부제 모집을 하던 대학들 가운데 상당수가 학과제 모집으로 바뀐 점, 분할모집 대학 증가와 상위권 대학의 다군 이탈 등의 변수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강·약점 분석
개인별 지원 전략 수립의 첫 단계는 수험생 자신의 전형요소별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일이다. 정시에서 가장 중요한 수능 성적의 경우 수능 성적표와 영역별 누적도수분포 자료, 등급 구분점수 등의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자신의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어느 정도이고, 평균 성적에 비해 나은 영역과 못한 영역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가중치의 영향을 받는 수리와 과학탐구 성적은 어느 쪽이 유리한지, 탐구영역은 몇 과목을 상대적으로 잘 쳐서 어떻게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게 유리한지도 사전에 판단해야 한다.
영역별 유·불리는 자신의 총점을 기준으로 평균보다 어느 영역이 위에 있고 아래에 있는지 살피는 방법이 가장 쉽다. 탐구영역의 경우 과목별로 난이도와 응시생 숫자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등급과 백분위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학생부는 정시에서 외형 반영비율이 높아도 실질 반영비율은 낮은 게 보통이다. 기본점수를 많이 주고 등급 간 점수 차이를 최소화해서 학생부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려는 대학의 의도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학생부 성적은 당락을 가르는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수능 성적과 비교해 실질 반영비율에 따른 유·불리를 사전에 파악해둬야 한다. 같은 학과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대부분 수능 점수가 합격선을 중심으로 1, 2점 간격으로 몰려 있기 때문에 학생부의 소수점 차이가 당락을 뒤집을 수도 있다.
◆대학별 전형방법 확인
2010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의 영향력이 대단히 크지만 실제 수능 성적 분포를 보면 자신의 유·불리를 쉽게 결론짓기 힘들다. 외국어가 다소 어려웠다고 하지만 다른 영역들이 대부분 쉽게 출제되면서 표준점수 차이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상위권 수험생들은 비슷한 점수대에 대거 밀집해 있기 때문에 개인별 성적만으로는 지원 대학 선택이 어렵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대학, 학과에 따라 수능 성적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수능 활용 지표, 영역별 반영 방법과 비율, 특정 영역 가산점 부여, 탐구영역 반영 방법 등 수능 성적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전형방법이 나온다. 모집군별로 지원할 대학들을 여럿 선택한 뒤 수능과 학생부 반영 방법에 따라 비슷한 점수대 수험생에 비해 자신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해, 지원 대학의 범위를 좁혀가야 한다.
◆복수지원 기회 활용
정시에서는 가·나·다군에 걸쳐 세 번의 지원 기회가 있다. 수험생의 지원 희망 대학에 따라 실질적인 지원 기회는 두 번일 수도, 세 번일 수도 있다. 일단은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에 따라 세 번의 지원 기회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던 모집군에서도 얼마든지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전형요소별 강·약점 분석과 대학별 전형방법 확인을 통해 대강의 지원 대학 범위가 결정됐다면 모집군별로 대학을 어떻게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입시기관들은 대개 안전과 소신 지원을 병행하라고 조언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디가 안정적이고 어디가 위험한지 알기 어렵다. 실제 지원 상황에 따라 안전과 소신으로 구분했던 애초 예상이 뒤집히기도 한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가·나군에 대부분의 대학이 몰려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할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합격하면 다닐 수 있는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 직업 전망 등을 고려해 학과를 먼저 선택한 다음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안전지원을 한다고 해당 학과에 대해 충분히 알지도 못한 채 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것은 한 번의 기회를 허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학과 학과 선택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가족과 충분히 상의한 뒤 지원을 결정해야 후회를 막을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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