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출신 패션디자이너 이도이씨…'패션 한류' 대표주자로 선발

이도이씨가 덕영치과병원 1층에 위치한 자신의 매장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은 마네킹과 포즈를 취했다.
이도이씨가 덕영치과병원 1층에 위치한 자신의 매장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은 마네킹과 포즈를 취했다.
중년 탤런트 김보연이 도이씨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올해 대종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중년 탤런트 김보연이 도이씨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올해 대종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꿈꾸는 도전은 아름답다.'

독자적인 패션세계를 추구하는 젊은 패션 디자이너 이도이(34), 거꾸로 읽어도 이도이. 'Doii Paris'라는 독자적 브랜드를 갖고 있는 데뷔 7년차 패션계 차세대 유망주다. 내년 2월에는 뉴욕 패션무대에 진출한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패션 디자이너 6명 안에 포함된 것. 나머지 5명은 앤디&뎁·정구호·박춘무·정욱준·홍승환 디자이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패션 한류' 붐 조성을 위해 한국의 대표주자들을 뉴욕에 처음으로 진출시키는 데뷔무대다.

이도이는 국내 패션계보다는 유럽에서 더 알아주는 패션감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무대는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과의 교류는 물론 유럽을 넘어 미국으로의 첫 진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대구의 대표 디자이너 최복호나 한국의 최고봉 앙드레 김처럼 '도이'라는 이름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 중이다. 연예와 결혼도 뒷전이었다. 오로지 일이었고, 도전하고 경력을 쌓아가는 데 꼬박 12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의 도전이 왜 아름다운지 한번 만나보자.

◆계명대 94학번 여대생, '패션계로 날다'

이도이는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오고 계명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꿈을 꾼 뒤부터는 인생항로가 완전히 달라졌다. 자녀들에게 어떤 직업을 가지라고 강요하지 않으면서, 딸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적극 후원해준 부모 덕에 도이씨는 졸업하자마자 영국 런던 옥스퍼드대학 어학연수 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또 영국의 명문 패션대학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들어가기 위해 블레이크 칼리지에서도 1년간 입학 준비를 착실히 했다. 1998년 가을 드디어 꿈꾸던 패션대학에 입학 허가가 떨어졌다. 전공은 '패션디자인 & 니트웨어'. 요즘 시쳇말로 열공(열심히 공부)했다. 딱 4년 만에 졸업했으며, 200명 가까운 졸업생 중 베스트 15명에도 들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움에서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공부는 영국에서 직장은 프랑스로. 도이씨는 2002년 크리스찬 디오르에 입사하는 영광을 누렸다. 1년간 열심히 일하다 보니 또 이직의 기회가 왔다. 이탈리아 출신 스타 디자이너 안토니오 마라스의 눈에 들어 'KENZO'로 옮겨 또 3년간 많이 배우며 일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인 일색인 직장에서 동양인으로 일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멸시당하는 기분도 적잖이 느꼈다. 그는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고 일에 파묻혔고, 자신만의 패션세계를 만들고 배워가는 데 집중했다.

특이한 여행을 즐기는 취미는 그의 일에 큰 도움을 줬다. 그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특이한 문화를 가진 나라를 배낭 하나 메고 구경가는 것을 즐겼다. 멕시코, 이집트, 모로코, 이스라엘, 아프리카 몇몇 국가 등에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특이한 문양을 창조해내거나 특유의 색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지금의 도이풍 역시 그 어떤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작품을 본떠 만든 것이 아니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중동 왕실에서도 도이풍 옷에 관심을 갖고 '숍을 열자'는 제안을 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다. 전 세계에서도 알아주고 통하는 'Doii Paris'가 되려면. 하지만 언제나 꿈꾸고 도전하기 때문에 그는 지치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 도이풍 패션을 입다

도이씨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낸 지 3년 만에 혁혁한(?)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패션 아이콘인 가수 이효리가 대우증권 CF에 입고 나오는 옷이 바로 그가 디자인한 옷. 그뿐 아니다. MC 겸 탤런트 김원희 역시 도이풍 패션의 단골손님이다. 김원희가 진행하는 프로인 '놀러와'와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나올 때 'Doii Paris'를 입고 나온다.

인기 걸그룹인 브라운 아이드 걸스와 카라도 앨범 재킷 촬영 등에 도이씨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었다. 남성 톱 그룹인 2PM도 최근 옷 제작을 의뢰해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가수이자 연예기획자인 박진영이 지난해 송년 TV프로에서 비와 댄스 배틀을 할 때 입은 옷도 도이씨가 만든 옷.

하지만 도이씨는 이런 순수 연예인 협찬보다 중년 여성 탤런트들의 패션에 더 관심이 많았다. 중년 탤런트 김보연이 지난달 열린 46회 대종상 시상식 레드카펫에 그의 옷을 입고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도이씨는 "가장 제 옷을 입히고 싶은 중년 탤런트는 장미희씨"라며 "젊은 연예인보다 중년의 여성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털어놨다.

도이씨는 부친이 하고 있는 덕영치과병원에도 숍(매장)을 갖고 있다. 'Doii Paris' 옷들이 전시돼 있으며 옷 1벌 가격은 100만원대 정도의 옷들이 많다고 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에도 사무실이 있다. 4명의 직원들을 데리고 있으며, 옷들은 외주공장에 맡긴다.

그는 "프랑스와 서울, 대구를 오가며 바쁘게 브랜드 홍보 및 론칭을 하고 있다"며 "아직은 국내에서 벽에 부딪히는 일들이 더 많지만 슬기롭게 잘 뚫고나가 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에는 대구 대표주자로 서울 컬렉션에도 참가했으며, 매년 두번씩 전시회도 열고 있다. 아버지가 발행인으로 있는 우먼 라이프에도 정기적으로 패션칼럼을 쓰며 견문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이도이는 한국에도 루이뷔통 같은 패션 브랜드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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