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터무니없는 세종시 분양가 책정 절대 안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세종시 입주 의향을 물었더니 24개 기업이 입주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82개 업체 중 29.1%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여기에서 대구경북이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기업들이 충분한 인센티브 제공을 전제로 세종시 입주 의향을 나타냈다는 사실이다. 토지 분양가 인하와 법인세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만 세종시로 가겠다고 한 것이다.

기업들이 내심 원하는 세종시 분양가를 보면 지방이 걱정하는 대로 기업 기관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이 세종시로 몰려가는 '세종시 블랙홀'이 현실화할까 두렵다. 산업용지 분양가는 3.3㎡(1평)당 40만 원 미만이 가장 적절하다는 응답이 47.6%나 됐고, 업무용지는 47.6%가 50만 원 미만을 원했다. 세종시 조성원가가 3.3㎡당 227만 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조성원가의 4분의 1, 5분의 1에 땅을 줘야 세종시로 가겠다는 얘기에 다름없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 등을 세종시에 유치하기 위해 3.3㎡당 40만 원 정도에 땅을 공급할 것이란 얘기가 이미 흘러나온 바 있다. 그 탓에 세종시에 입주하겠다는 기업들이 헐값에 땅을 받는 조건으로 세종시 입주 의사를 밝힌 것이다. 3.3㎡당 40만, 50만 원은 대구테크노폴리스와 성서5차산업단지 분양가 72만 원, 133만 원은 물론 대구경북의료단지'신서혁신도시 조성원가인 256만 원과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땅값이다.

영호남보다 수도권과 가까운 세종시 땅을 헐값에 준다면 기업 기관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이 세종시로 달려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에서 조성하는 혁신도시, 의료단지, 국가공단 등은 빈 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 혈세로 세종시 입주 기업 등에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내년 1월 나올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터무니없는 가격에 세종시 땅을 기업 등에 거저 주다시피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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