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요즘 인터넷 소설을 보느라 밤을 하얗게 새우는 10대들이 많다. 상당수 인터넷 소설은 문학성과 문장력을 제대로 갖춘 작품이 아니다. 대사만 나열돼 있거나 이모티콘으로 도배돼 있을 뿐이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유치찬란할지 모르지만 10대의 눈높이에 맞는 내용과 재미 거리를 담고 있다.
인기 있는 인터넷 소설의 제목만 봐도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아빠가 된 일진짱' '인기배우 남편 욕 먹이기' '개기면 죽는다' '한 발짝만 더 오면 키스해 버린다' '전국고교일진협회' '마누라 옷 벗기 전에 입 벌려' '평범한 건 지겹잖아 마누라' '꼬맹아 밤길 조심해라' '조폭누님은 가출 중' '섹시한 늑대 본능 서방님'…. 싸구려 에로영화 제목을 연상케 하지만, 제목만 그러할 뿐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 많다. 10대들이 인터넷 소설에 중독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재미있으니까!' 청소년 전문가들은 10대들이 성적, 과외, 따돌림 등 교육 환경 때문에 현실 도피를 위해 인터넷 소설에 중독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게임'음란물 중독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분당서울대 병원에서 인터넷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가 유사한 뇌 구조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부모들의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어른들이라고 다를까. 알코올, 마약, 약품, 도박 같은 전통적인 중독은 물론이고 쇼핑, 일, 운동, 음식, 소설, 커피, 섹스 등 신종 중독 현상도 많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도에 지나친 중독은 정신적 강박관념의 일종인 만큼 병리적인 문제로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중독을 정신의학적 문제와 관계없다는 전문가도 많다. 정신과 의사인 토마스 사스 박사는 "중독은 인간이 선택의 기로에서 택하는 것 중 하나일 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인간은 마약보다는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에 몰두하길 좋아한다. 마약 중독에서 빠져나오기보다는 담배 끊기가 더 어려운 게 단적인 예"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현대인은 중독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중독을 피할 수 없다면 이왕이면 건설적인 중독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선행, 기부, 봉사 같은 중독은 널리 권할 만하다. 그것도 어렵다면 집안 돌보기, 효도하기, 아이들과 놀아주기 중독도 괜찮을 것 같다.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