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수도권 '비대'를 막기 위해 2004년부터 시행한 '수도권 기업 지방 이전 재정지원제'가 오히려 수도권 '확대'만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경기에 이어 충청·강원까지 '수도권'으로 만들고 영호남을 '소외권'으로 만드는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는 요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대구시가 15일 지식경제부를 통해 파악한 '최근 9년간 수도권 기업 연도별 지방 이전 업체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지방으로 이전한 수도권 기업은 총 2천100개다. 이 가운데 충청권으로 절반인 1천31개(49%)가 이전했고, 강원도로 445개(21.2%)가 옮겨 두 지역이 전체의 70%를 독식했다. 이외 이전 기업 수가 100개를 넘은 지역은 충청권과 가까운 전북(353개·16.8%)이 유일했다.
이에 반해 대구에는 17개(0.8%), 경북에는 49개(2.3%)의 수도권 기업이 옮겨왔을 뿐이다. (표 참조)
때문에 기업들의 눈에 충청·강원권까지 수도권으로 비치게 한 기업 지방 이전 정책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종찬 대구시 투자유치단장은 "정부의 지원 대상을 수도권 기업 본사 지방 이전에만 국한하고 새 분야 신규 투자는 제외하는 바람에 수도권 인근 지역에만 기업 이전이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신규 투자의 경우 서울에서 먼 곳도 고려하지만 기존 업체의 이전은 연관 업체가 많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는 풀이다.
김장호 경북도 투자유치과장은 "민선 지자체장 4기 출범 이후(2006년 7월~현재) 총 11조원의 투자 유치를 했는데 대부분 신규 투자여서 정부보조금 한푼 받지 못하고 대신 300억원의 지방비만 부담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제로섬'인 공장 이전만 지원할 게 아니라 신규 투자에 대해서도 지원해달라고 지식경제부에 건의했지만 지원 근거가 없다며 번번이 묵살했다"며 "그래놓고 세종시에는(조성원가가) 200만원이 넘는 땅을 40만원대로 낮춰주고 법인세 감면 등 혜택을 쏟아붓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지원 근거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은 "얼마 전 만난 한 대기업 사장이 '3년 전 충북 진천과 증평 일대에 8만평의 땅을 샀다'는 말을 듣고 기업들의 눈에 충청도는 더 이상 지방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해서 기업 이전 및 신규 투자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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