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뇌종양 앓는 21세 이영희씨

직업군인돼 엄마 편히 모시려 햇는데‥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영희(21)씨가 어머니 김명숙(43)씨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막내동생 영학(12)군을 꼭 껴안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영희(21)씨가 어머니 김명숙(43)씨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막내동생 영학(12)군을 꼭 껴안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늘 말없이 힘이 되어줬던 큰아들 영희(21)가 힘없이 침대에 누워만 있습니다. 뭐라고 말을 꺼내고 싶어도 눈물이 터져나와 말 한마디 붙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건장했던 아들이 10㎏ 이상 살이 빠져 핼쑥한 모습입니다. 머리가 자꾸 아프다는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너무 답답할 뿐입니다.

제 아들 영희는 지난달 초 뇌종양 진단을 받았습니다. 척수로 전이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뇌종양'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씩씩하게 군복무를 하고 있던 아이가 뇌종양이라니요. "아이가 더 놀랄 수 있으니 침착하라"는 의사의 말에 얼른 일어서긴 했지만 다리는 후들거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영희는 춘천의 102 정보통신단에서 군복무 중이었습니다. 이등병에서 갓 상병을 달고 정기휴가를 나왔는데 자꾸 두통이 있고, 허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저는 머리 아픈 것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허리 아프다는 것은 "정형외과에 가보라"고 했을 뿐이었습니다.

휴가 나온 지 사흘째 되던 날, 영희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출근을 했더니 오전 11시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MRI를 찍으려면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하니 병원으로 오라고요. 의사는 "뇌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대구의 병원에서 생활한 지 이제 40여일쯤 지났습니다. 벌써 20차례 넘게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동안 영희의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다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복무기간이 끝나면 직업군인이 돼 엄마를 편히 모시겠다던 듬직한 아들이 앙상하게 마른 모습으로 제 눈앞에 누워 있습니다.

저는 영희 옆에 있어도, 집에 가 있어도 늘 바늘방석입니다. 집에는 선천성 뇌손상으로 뇌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막내아들(12)이 있기 때문이지요. 4년 전 남편이 당뇨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뒤 저는 혼자 세 아들을 키워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둘째마저 취업실습을 위해 구미에 가 있고 영희가 입원을 하게되자 막내 혼자 집을 지키게 된 것이지요. 결국 둘째가 안동으로 다시 거처를 옮겨와 동생을 돌보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아직 엄마 손이 필요한 아들 녀석 둘이 생활하는 모습이 영 불안하기 때문이지요.

소위 뇌성마비라는 병을 앓고 있는 막내 영학이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했습니다. 발뒤꿈치 인대가 짧아 키가 조금씩 자랄 때마다 신발 깔창과 보조구를 바꿔줘야 하고, 아직도 밥을 먹을 때면 많이 흘리고 걸음도 절뚝절뚝 걷습니다.

영희의 병간호를 위해 제가 일을 그만두면서 이제는 온 가족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 됐습니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저는 3개월 전부터 공사현장에서 리프트를 통해 짐을 운반하는 일자리를 구해 겨우 고정적인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는데, 영희의 입원으로 일자리를 잃은 것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해도 3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당장 병원비는커녕 생활비조차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나마 국군 대구병원에서 6개월가량의 병원비 지원은 해준다고 하지만 몇 년 동안 계속될 영희의 투병생활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내의 재활치료비는 또 어떻게 해야할지 가슴만 타들어갈 뿐입니다.

"엄마, 너무 걱정하지마. 얼른 나아서 군대로 다시 돌아갈 거야" 하고 위로하는 영희의 말처럼,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단란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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