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민 위한 길은 예산안 신속한 처리

4대강 사업 예산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예산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여야가 한 발씩 물러서지 않을 경우 연내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기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준예산이란 회계연도 개시 전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하는 잠정적 예산을 말한다.

준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엄청난 국가적 혼란이 초래된다. 준예산은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기관의 유지 운영 ▷법률상의 지출 의무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신규 사업과 지방 사업 추진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생경제 및 서민생활 안정에 중대한 복지, 재난 방지, 일자리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해진다. 사회 서비스 일자리 등 고용 사업 수행 불가로 정부가 내년에도 계속 실시키로 한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헌법(54조 2항)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입법기관인 국회에 의해 사문화된 지 오래다. 2000년대 들어 대선이 있었던 2002년을 제외하고 국회가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킨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시점을 1990년 이후로 소급해도 기한을 지킨 해는 다섯 번뿐이다. 그래서 예산안은 매년 12월 말이 가까워져야 겨우 처리되는 게 관례화됐다. 특히 신문법, 과거사법,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계속했던 2004년에는 12월 31일 자정 2시간을 남기고 극적으로 통과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안 심사는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수정 비율은 -0.12%에 불과하다. 정부 예산안의 타당성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국회의 예산안 심의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 여야는 회계연도를 14일 남겨둔 18일까지 계수조정소위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내일 당장 여야가 대치를 푼다 해도 남은 기간은 2주뿐이다. 291조 원이나 되는 내년도 예산안을 꼼꼼하게 심사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시간이다. 여야는 입만 열면 서로 자기들이 서민을 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로 서민을 위하는 길은 최대한 빨리 예산안을 통과시켜 서민 대책이 차질을 빚지 않게 하는 것이다. 속히 예산안 처리에 착수하기를 여야 모두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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