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옷 단단히 입고 운동하세요." 기온이 내려가면 몸 상태도 뚝 떨어진다. 체온을 보호하려 몸은 자꾸만 움츠러들고 움직임도 적어진다. 관절도 딱딱하게 굳어 게을러지기 쉽다. 겨우내 아랫목만 찾다가는 두툼해진 뱃살을 잡고 후회할 수 있다. 추울 때일수록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지만 무턱대고 운동장에 나갔다가는 화(禍)를 당할 수 있다. 겨울 운동이 보약이 되려면 준비와 요령이 필요하다.
◆새벽운동 잘못하면 '억'한다
노모(59'여'남구 대명동)씨는 며칠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평소 하던 대로 오전 6시 50분쯤 집을 나서 인근 학교운동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10분쯤 트랙을 걷던 중 갑자기 뒷머리가 당기더니 혈압이 확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노씨는 "묵직한 것에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뻣뻣해지고, 열이 오르는 것 같더니 어지럽기까지 해서 서있기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의욕만 앞세워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보면 오히려 사고를 당하거나 부상, 질병을 키울 수 있다. 기온이 최저로 향하는 해뜨기 전 새벽운동은 각종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동산병원 심장내과 허승호 교수는 "따뜻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수면 동안 휴식하고 있던 인체의 교감신경이 작동하면서 말초동맥이 수축, 혈압이 상승해 심장과 혈관 내벽에 부담을 준다"고 했다.
아침은 몸의 장기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부담도 최고조에 이른다. 이때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 상승을 부추긴다.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 변화는 자율신경계 이상을 초래해 혈관을 과도하게 수축시켜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이 평소보다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밀어낸다.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면서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심지어 심장마비까지 올 수 있다.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이나 심혈관계 질환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체온을 뺏길 경우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면서 손발이 차가워진다.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근육경직과 탈수현상 등이 생길 수 있다. 추위는 몸을 피로하게 하고 심하면 동상에 걸릴 수 있다. 눈이나 얼음으로 인해 땅이 미끄러울 때 운동을 감행하다가는 쉽게 넘어져 무릎과 발목의 인대가 늘어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불만 덮고 있을 수 없다. 움직임이 적으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부산물이 체내에 축적돼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폐물은 퇴행성 질환,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 집에만 있으면 각종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규칙적인 운동은 관절 연골에 영양분이 공급되고 관절에 생성된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관절 주변 근육이 강화돼 관절을 지탱하고 피로에 의한 손상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체온 유지'충분한 준비운동
반드시 필요한 겨울철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바깥운동은 않는 것이 좋다. 집에서 맨손체조, 스트레칭만 해줘도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 인체의 수분이 적어져 팔'다리에 살이 빠진다. 온몸의 근육이 줄어들어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활용한다. 수영, 러닝머신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무리를 덜 주고 건강도 지켜준다. 바깥 운동을 해야 한다면 기온이 오른 낮 시간을 이용한다. 오후는 몸이 충분히 활성화돼 무리를 덜 주고 햇볕을 쬐며 할 수 있다. 달리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보다는 빨리 걷기가 무리를 주지 않고 건강을 돕는다.
겨울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이다. 실내에서 5~10분 정도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바깥에 나가서도 5~10분 정도 준비운동을 한다. 추울 땐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 대구 우리들병원 안용 병원장은 "스트레칭은 활액이라 불리는 체내 윤활유 분비를 도와 관절을 부드럽게 하고 체온을 높여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돕고 부상을 예방한다"고 했다.
운동강도는 평소보다 20% 정도 낮추고 조금씩 나눠서 한다. 하던 운동 동작을 갑작스럽게 멈추지 말고 서서히 강도를 줄이고 운동 후에는 허리와 허벅지 뒤쪽같이 잘 뭉치는 부분을 충분히 문질러 준다.
야외에 나갈 때는 얇은 옷을 여러 벌 입고 장갑을 낀다. 옷과 옷 사이의 공기가 단열재 역할을 해 운동 중 땀이 나도 체온 조절에 효과적이다. 땀복은 통풍이 안 돼 땀을 흘린 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 몸의 체열은 머리와 귀를 통해 80% 이상 발열되는 만큼 모자, 귀마개도 준비한다. 운동 후 땀이 식기 전에 빨리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어 몸을 보호한다. 오랜 시간 활동한 뒤에는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주스 등을 섭취한다. 토마토, 딸기, 사과, 감, 귤 같은 항산화제 성분이 풍부한 붉은 과일을 먹는 것도 좋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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