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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우연히 들어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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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못 들어선 듯하다. 비좁은 농로에서 돌아나갈 방법이 없다. 멀리 보이는 강둑을 향해 가다 보면 닿을 수 있으리라. 논 한가운데 있는 농가 마당에서 길은 끊어진다. 할 수 없이 돌아나가야 한다. 좁은 길이 미로처럼 이리저리 이어진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하지만, 어쩌랴. 세상 모든 길과 길은 이어진다는 믿음을 따를 수밖에. 들판 한가운데 공장 입구에서 또 길이 막힌다. 차를 돌려나온다. 차에서 내려 강둑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본다. 지척의 강둑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논밭을 지나 강둑 앞에 다다른다. 눈앞에 강이 펼쳐진다. 가을 강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안개 속에서 금호강이 흐른다. 비경을 발견한 듯 탄성이 절로 나온다. 금호강에도 아직 때 묻지 않은 이런 곳이 남아있었단 말인가. 청천의 들녘을 장막처럼 가리고 강은 문명의 시선을 비켜서 있다. 강은 잠에서 막 깨어나는 중이다. 가을강은 조선 여인의 가르마 같은 서늘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늪지대의 물버드나무도 색이 바랜 채 물안개 속에 잠겨 있다. 강물을 건너면 강바닥은 온통 갈대밭이다. 금호강의 갈대는 키가 작다. 옅은 갈색조로 물들어가는 갈대숲은 가을 금호강의 클라이맥스다. 이럴 때 강은 조연이 되고, 갈대숲이 주연이 된다. 제자리를 내어준 강물은 한없이 투명하다.

금호강 풍경 사진이 필요했다. 예전에 한번 가보았던 금호강 잠수교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처음 잘못 입력된 길에 대한 정보는 좀체 수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보의 오류가 빚어낸 결과는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그 낯선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면 비포장의 강둑길을 들어서지 않았을 터, 우연히 발견한 금호강의 속살은 낯선 길을 헤맬 때의 두려움과 짜증을 다 보상해주고도 남았다. 그렇다. 우리는 늘 말끔히 포장된 길만 가려 한다. 나약한 인간은 포장길이 주는 안락함과 안전성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불안을 넘어 공포 그 자체다. 근대 과학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상상력을 제거해 버렸다.

예측 불가능한 세계는 인간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예찬은 시로만 남겨둘 것인가. 미답의 길은 험난하지만, 보석이 숨겨진 길이다. 보석이 아닌들 어떠랴. 아는 길만 선호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시스템이 불안하다는 증거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떠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 재미있지 않을까. GPS가 안내해주는 대로 가면 쉽고 안전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경치나 다른 길을 발견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때로는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멋진 삶의 풍경 하나 건져올 수도 있으리라.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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