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이스터가 미래다](중)산업현장의 마이스터들

"기능인 홀대 여전…누가 작업복 입으려 하겠나"

대한민국 금속도장 명장 유형주(왼쪽)씨와 자동차정비 기능장 김운섭씨는
대한민국 금속도장 명장 유형주(왼쪽)씨와 자동차정비 기능장 김운섭씨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마이스터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학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와 피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오직 기술 한 길만을 걸어 대한민국 금속도장 명장이 된 대동공업㈜ 생산2팀 유형주(57)씨와 기능대회 수상자로 기능장이 된 기아자동차 대구서비스센터 김운섭(40)씨가 강조한 말이다.

◆금속도장 분야에선 내가 최고

유형주 명장은 36년째 도장 일을 하면서 이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는 경남 진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사를 짓다 스무살 때 자동차정비공장 도장반에 취업하면서 도장과 인연을 맺었다. 고참들로부터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고 2년 후인 1974년 현재 일하는 대동공업에 입사해 한 길만을 걷고 있다.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도장일은 페인트 냄새 등으로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꺼려 했던 분야다. 하지만 그는 이 분야에서 최고가 돼 보겠노라고 다짐을 했고, 근무시간 외에도 전문서적들을 보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도장 작업이 손과 눈 감각으로 하는 작업입니다. 작업장 온도가 얼마인지, 페인트 점도가 어떤지, 철판 온도는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오랫동안 생산현장에서 익혀온 감각으로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철판 등에 붙은 기름기 세척과 철판에 색칠을 하기 위해 곰보로 만드는 피막공정을 어떻게 잘 하는지가 도장의 핵심기술이자 어려운 공정이라고 했다.

그는 1994년부터 6년 동안 연간 300건 이상 작업과 품질 관련 개선을 제안해 회사에서 제안왕을 차지했을 정도다. 이런 노력의 결과 98년 대한민국 금속도장 명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산업현장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꺼리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기술을 익히고 배우겠다는 끈기와 의지도 약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유 명장은 "2년 후 내가 퇴직해 없어도 그 사람 덕분에 도장공장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기술 전수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운 기술을 전수해야죠

김운섭 기능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먹고살기 위해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웠고, 지금은 어엿한 기술자로 기아차동차 대구서비스센터 기술실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전국기능대회에 출전할 고교생들에게 기술지도를 하는 선배 기능인이기도 하다.

그가 자동차 정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직업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17세 때 자동차 정비2급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1988년 전국기능경기대회 대구 예선에서 2위를 했던 것이 자동차 정비 기술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비록 전국대회에서는 장려상을 받는 데 그쳤지만, 그 이듬해 대구의 한 자동차정비공장 직원으로 기아자동차 정비기술경연대회 출전, 3위를 차지했다. 이 덕분에 제대 후 기아차에 입사를 하게 됐다.

그는 현장에서 배운 기술에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하기 위해 공부를 계속했다. 영남이공대 야간부와 학점은행제에 등록해 2년 만에 독학사를 취득할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자동차정비산업기사와 자동차검사산업기사, 자동차실기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2006년 자동차정비 기능장이 됐다. 그는 첫 월급으로 5만7천원을 받던 것이 이제는 연봉 5천여만원을 받는 중견 기능인이 됐다고 자부했다.

김 기능장은 "국가에서 지정한 명장이나 기능장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개인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후진 양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들을 잘 활용해 그 기술을 전수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능인들을 대우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전문계고나 대학 자동차과 졸업생 중 상당수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좋아하지 기름때 묻은 작업복 입고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전문계고 출신 우수 기능인들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직을 시켜주고 일정기간 의무 복무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또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책적 지원과 함께 창업 때 기술을 보증해주는 등 기능인 사기 진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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