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여 만에 만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26일 국민참여당 대구시당 창당대회를 위해 대구를 찾은 그는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수성을)에 출마했을 당시 피곤함에 절어 있던 때와는 많이 달랐다. 총선이 끝난 뒤 한동안 관심에서 사라졌던 그가 국민의 시선에 다시 들어온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국면에서였다.
그는 야권의 잠룡(潛龍)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1대1 구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로 그를 꼽는다. 그는 "대선은 민심이 결정한다. 기획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국민이 가진 소망이 대선 국면에서 누구에게 투영되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겁이 난다"고 했다. 제한된 정책 수단으로 국민의 소망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에 재차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권력이 가진 속성이 무섭다"고 거듭 말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그의 말은 출마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피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출마 국면을 스스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가 최근 펴낸 '후불제 민주주의'는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책에서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를 역주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보다 지지율이 더 높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역사적으로 '역주행'하지만 지지율이 높은 경우가 있었다"며 "MB 지지층은 영남, 고령(高齡), 저학력층, 강남 부자"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 등에 대해 그는 '야권연대'를 화두로 던졌다. 현 정권과 한나라당을 저지하기 위해 진보개혁 세력이 각 정당의 기반을 인정하면서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출마와 관련해서는 당에서 결정하면 존중하겠다는 게 내 입장"이라며 "처한 현실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시장 출마에 대해 그는 "어머니가 '대구에 올 생각을 하지도 마라'고 말린다"며 "대구의 지지자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초 주소지를 대구에서 경기도로 옮겼다.
그의 머릿속에 대구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대구는 고립의 길로 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은 균형 있게 정보를 섭취하는 반면 대구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편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서울에서 대구 사람이 올라오면 '비자 끊고 왔나?'라는 묻는다. 일부 서울 사람에게 대구는 '독립국' 같은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