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농업 CEO시대] ③新농업마케팅-무농약 고품질 사과재배 김천 이충기씨

"농촌은 녹색관광 블루오션"

사과 부농 이충기씨 부부가 전국으로 팔려나갈 연두사과를 골라 상자에 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사과 부농 이충기씨 부부가 전국으로 팔려나갈 연두사과를 골라 상자에 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농업 패러다임이 생산중심에서 인력, 기술, 공간 개발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패턴의 다양화, 식품안전, 환경 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 5일제 근무와 참살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농촌이 더 이상 낙후되고 열악한 공간만이 아닌 정주, 휴식, 관광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백마를 타고 사과 꽃이 만발한 농장을 한없이 달린다. 농장 한쪽에선 돼지 바비큐 파티가 한창이다. 무기농 콩으로 직접 만든 촌두부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먹는 아이들의 입은 그을음 투성이다.'

김천 아포읍 예리 이충기(49)씨가 운영하는 '연두사과농장'을 찾으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실제 올해 초 한 영화사에서 장소 의뢰를 받기도 했다. 농촌체험 행사를 위해 몇 해 전 하얀 말도 구입, 키우고 있다. 20년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이씨는 요즘만큼 즐거운 때가 없다. 농촌체험과 연계한 직거래 사과 판매로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찾은 연두사과농장. 농장 벽을 따라 당귀, 마, 다시마, 깻묵 등이 적힌 검은 장독이 늘어서 있다. 내년 봄 쓸 자연 퇴비를 발효 중이다. 저장창고에는 단내를 물씬 풍기는 사과가 가득하다. 이씨 부부는 사과를 택배 상자에다 담고 있다. 박스에는 제주도, 부산, 울진, 홍성 등 전국 각지 주소가 빼곡히 적혀 있다. 하루 평균 30박스 이상 팔려 나간다. "안가는 곳이 없어요. 사과 주산지인 밀양 등에서도 주문이 많이 들어와요." 일주일에 거래 통장을 하나씩 만들 정도로 고객들이 많다.

비법은 농촌체험 행사. 이씨는 김천에서 인터넷 직거래 장터로 사과를 팔기 시작한 선구자다. 하지만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었다.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농장체험 행사를 개최하게 됐는데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는 무기농 영농법을 직접 본 고객들이 가장 좋은 마케팅 수단이었다. 농촌체험 행사를 연 뒤부터 매출이 3, 4배 뛰었다.

연두사과는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자체 개발한 친환경 퇴비를 사용한 덕분이다. 농약대신 석회를 뿌려 무기질을 높여 주는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석회 농법은 전국에서도 사용하는 농가가 거의 없을 정도예요. 항상 연두사과 껍질위가 부옇게 먼지가 묻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죠." 이씨는 "농사의 이미지는 녹색"이라며 "항상 끝임없는 노력으로 완전함을 좇는 '연두'처럼 흙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연두사과농장은 올해 경상북도 지역농업발전기관구축사업 현장체험형 교육농장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더욱 짜임새 있는 이벤트로 농촌체험 행사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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