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명 속에 남아 있는 호랑이 관련 지명은 몇 개나 될까.
국토지리정보원은 2010년 경인년(庚寅年) '백호랑이'해를 맞아 우리나라 자연 지명 속에 포함된 호랑이 관련 지명이 전체 조사대상 10만509개 가운데 0.4%인 389개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가장 많고, 경북도 못잖아
지역별로는 전남이 74개로 가장 많았고 경북 71개, 경남 51개 등의 순이었다.
종류별로는 마을 명칭이 284개(72.9%), 산 이름 47개(12.1%), 고개 이름 28개(7.2%), 바위 및 도서명 각 10개(2.6%) 등이다.
◆호미곶이 대표적인 호랑이 지명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경상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의 '호미곶'이 대표적이다.
호미곶은 원래 '장기곶'으로 불리던 곳이다. 한반도를 호랑이의 모습에 비유했을 때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 이름을 변경했다.
◆대동여지도 저술한 김정호도 장기갑 호미등이라 적어
400여년 전에 저술된 '격암 동해산수비록'의 저자인 남사고가 장기산맥의 최단부인 장기갑을 '호미등'(범꼬리)이라고 기록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하고 있다. 또한 대동여지도를 저술한 김정호도 장기산맥의 오른쪽 끝부분을 '장기갑호미등'이라 적었다고 덧붙였다.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에서 伏자를 사용한 곳 많아
모양 관련 지명중에는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에서 '복'(伏)자를 사용한 곳이 많다.
전남 고흥 과역면의 지명 '복호산'의 경우 '달이 지고 날이 새므로 호랑이가 가지 못하고 엎드려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복호, 호복, 복림 등도 '복'자가 쓰였다.
◆충남 연기군 범직이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
충남 연기군의 '범직이'는 뒷산의 지형이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호구포'는 포구에 있던 바위 형태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호랑이 형상에서 유래됐다.
◆호랑이 출현설화와 관련된 지명도 많다
호랑이 출현설화와 관련된 지명도 적지 않다.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의 '저고리골'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남겨놓았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경기도 양평의 '비호고개', 경남 산청의 '원팅이', 경북 경주의 '호명' 등은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거나 괴롭혔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호랑이는 영물
경남 거제시 둔덕면의 '호곡마을'은 효성이 지극한 상제가 시묘살이를 하던 3년 동안 큰 호랑이가 늘 상제를 따라다니며 보호해줬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호랑이와 관련된 훈훈한 설화에서 따온 이름들도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호랑이는 잡귀를 물리치는 신성한 영물이자 때론 재난을 몰고오는 난폭한 맹수로,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의리 있는 동물이면서 골탕을 먹일 수 있는 순진하고 어리석은 동물로 표현돼 왔다"며 "호랑이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만큼 국토의 지명에도 예외없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미디어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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