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훈련에 임하는 육군 50사단 장병들의 열기가 동장군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엄한 훈련 속에서도 훈훈한 신(新) 병영문화가 피어나고 있다.
13일 오후 1시 50사단 120연대 기동중대가 혹한기 훈련을 하고 있는 김천시 개령면 한 야산. '우웅∼' 칼바람은 쉴 새 없이 산을 울린다. 산은 여태 하얀 눈을 머금고 있다. 고라니, 멧돼지 등 산짐승의 발자국도 선명하다. 45도 급경사의 산 능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헐떡이는 입김 탓에 안경엔 서리가 자욱하다. 체감온도 영하 20℃. 코허리가 깨질 듯 시리다. 등줄기를 흠뻑 적신 땀은 이내 한기로 바뀐다. '쉬었다 가자. 천천히'라는 말을 속으로 삭인 지 40여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연대 최정예 부대란 명성답게 장병들은 산비탈을 따라 속사포 걸음을 옮겼다. 야전에서 강추위와 맞선 지 3일째. 이 날은 산으로 도망친 가상의 적을 수색·정찰해 소탕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70명이 10개조로 나뉘어 이 잡 듯 산을 뒤지고 있다. '치이익∼' 무전기를 타고 실시간 작전이 하달된다. 소대장은 작전지시에 따라 '손을 들었다, 내렸다, 주먹을 폈다, 쥐었다'하며 수신호를 보낸다. 이에 따라 무릎을 반쯤 굽힌 낮은 자세의 장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까만색과 초록색을 섞어 위장한 얼굴 뒤에 가려진 눈매가 매섭다. 앞을 향한 총구도 좌우를 훑는 시선을 따라 이동한다. V자 대형을 유지하며 산길을 따라 철통 수색을 벌이고 있다. 시나브로 다가오는 장병들의 발소리에 덤불속에선 '푸더덕' 새들이 날아오른다.
혹한기 훈련은 하절기 유격훈련과 함께 가장 고된 훈련으로 꼽힌다. 50사단은 매년 대구경북 주요 시설에 대한 테러, 후방 침투 등 실전과 같은 전쟁 상황을 부여하고 이에 대응하는 야외 기동훈련으로 4박5일 간 혹한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소한균 연대장(대령)은 "훈련기간 동안 혹한을 체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온열기구 사용을 배제하고 있다"며 "전투장비와 물자, 부수 기재를 전량 휴대하는 등 실제 전장 상황과 동일한 전술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슬 퍼런 훈련속에 피어나는 신 병영문화도 돋보인다. 병장들은 솔선수범해 삽을 잡았으며 후임병들을 훈련 내내 친동생처럼 챙겼다.
앞서 11일 훈련 첫째날. 구미시 고아읍 한 야산의 기동중대 숙영지. 4일 동안 버틸 텐트를 칠 장소에 땅을 고르는 선임병들이 보인다. 대충대충 열외하며 훈련을 보냈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 이등병이 나뭇가지에 긁혀 손등에서 피가 배어나자 선임병은 작업을 멈춘다. 소독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준다.
야전 훈련때도 마찬가지. 무섭기만 하고 악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후임병의 군장을 챙겨주고 소총 띠, 허리 바클을 조여주는 등 친절한 맏형을 자처한다.
김재석 이병은 "처음 받아보는 훈련에 긴장도 많이 하고 미숙한 점이 많았지만 선임병들이 항상 옆에서 가르쳐주고 시범을 보여 훈련받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50사단 혹한기 훈련은 15일 40㎞ 야간 행군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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