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회비 안 내도 됩니다" 관행 깨는 학생회

경일대 전국 첫 시도 호평

13일 경일대 33개 학과 학생회장들이 학생회관 세미나실에 모여 신입생에게 학생회비를 징수하지 않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13일 경일대 33개 학과 학생회장들이 학생회관 세미나실에 모여 신입생에게 학생회비를 징수하지 않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등록금도 엄청난 부담인데 학생회비까지 내라니 등골이 휘어질 지경입니다."

지역 대학들이 합격자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와 신입생들이 대학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부터 큰 걱정으로 다가오는 것이 등록금, 학생회비 등 돈 문제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300만~400만원을 훌쩍 넘는 등록금에다가 동문(동창)회비, 학생회비 등 이것저것 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회비의 경우 4년치를 한꺼번에 내야 해 총액이 20만~30만원에 달해 등록금의 10%에 육박하는 대학도 있다.

학생회비나 동문회비의 경우 강제성이 없지만 신입생 입장에선 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자칫 학생회비를 내지 않았다가 선배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관행적으로 거둬들이는 학생회비와 관련해 신입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일대가 학생회비의 폐단을 뿌리뽑기 위해 나섰다. 이 대학은 학생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대학 최초로 '학과 학생회비 징수 금지와 대학 차원의 학과 행사 지원금 확대' 등을 골자로 대책을 최근 마련해 신입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우선 입학 전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등록금을 제외한 어떤 비용에 대한 청구도 없음을 학부모와 신입생에게 공지하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입학식과 통합, 간소화해 오리엔테이션 참가비도 없앴다. 또 입학 후에도 MT나 체육대회 등 행사에 실제로 참가하는 학생 외에 회비를 걷는 일은 일절 금지시키기로 했다. 대신에 학과 행사비는 학과별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대학이 직접 교비로 지원하고 정산서를 받아 학과 행사가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은 물론 낭비를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학생 대표들도 최근 중앙간부대표회의를 통해 대학 측의 학과 학생회비 근절 노력에 동참키로 결정하고 새학기부터 자발적으로 학생회비를 징수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오는 3월 경일대 로봇응용학과 입학예정인 박진성(19)씨는 경일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학과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학생회비 4년치를 한꺼번에 납부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신학기부터 신입생들에게 학과 학생회비 부담을 없애준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고 신입생으로서 긍지를 느끼게 된다"고 했다.

학부모 배애숙(51·여)씨도 "대학 등록금 부담도 만만찮은데 학생회비까지 4년치를 미리 납부하는 관행이 전국 모든 대학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다행히 경일대는 학과 학생회비의 폐단을 없애겠다고 하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담도 덜고 건전한 학생 활동이 될 것 같은 마음에 반갑기 그지없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현태 부총장은 "행사 기획단계에서부터 내실 있는 행사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늘려 학생 행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금액의 사용처를 명확히하는 등 자금 집행을 투명하게 지도하겠다"며 "신학기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던 학생회비 관련 마찰은 없어지고 음주와 낭비 일색의 대학문화를 자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학생회비 : 대학의 학생회비는 '학생수혜비'와 학과별 학생회비로 나뉘어 이중 징수되고 있다. 학생수혜비는 등록금에 포함돼 총학생회 등 자치기구 예산으로 사용되는데, 학과 학생회비는 입학 후 학생수혜비와는 별도로 신입생들에게 4년치를 일괄 납부하도록 하는 등 전국 모든 대학에서 20여년째 관행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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