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장에는 곰탕골목이 있다. 2지구에 들어서면 구수한 곰국 냄새가 나고 대여섯집 늘어선 곰탕집 앞 가마솥에는 곰국이 설설 끓고 있다.
곰탕골목서 찾아들어간 집은 '산성식당'(대표 김순자·55). 산성식당은 한우곰탕으로 2007년 서울국제음식대전에서 동상을 받을 만큼 맛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식당 안에는 각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진에서부터 유명인사 사인, 추천 맛집 스티커 등 자랑거리들로 벽을 도배했다. 그런 만큼 산성식당은 시골장 여느 곰탕집과는 달리 현대화한 시설에 '소대가리'를 형상화한 번듯한 마크로고도 가지고 있다.
산성식당 곰탕의 유명세 이면에는 시부모에서 며느리로 이어지는 육수 우려내는 비법 속에 녹아있다. 시부모는 30년이 넘도록 영천장에서 곰탕을 끓이면서 터득한 그만의 손맛을 이미 22년 전에 며느리에게 물려줬다.
육수를 내는 비법이 무엇인지 슬쩍 던지자 "뭐 별다른 게 있어요. 24시간 영업을 하면서 종일 고니까 진한 맛이 우러나는 거지요"라며 주인 김씨는 얼버무린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가마솥 안을 꼼꼼히 살펴보니 뭐가 달라도 다르다. 뼈는 소머리만이 아니라 잡뼈도 섞여 있고 솥에는 천엽과 양, 혓바닥 등 잡고기들도 곁들여 삶고 있다. 쟁반에 담기는 수육과 탕에도 소혀와 양 따위의 뒷고기가 넉넉하게 나온다. 부위별 고기와 뼈를 한 솥에 넣고 종일토록 고면서 거기다가 푸짐한 인심으로 양념하는 것이 입맛 맞는 진국 곰탕이 나오는 비결이라면 비결일 터.
"옛날부터 영천 5일장에는 멀리 대창이나 화남 등 골짜기에서 온 장꾼들 많았어요. 멀리서 장보러 오느라 출출한데 속을 채울 만한 것으로 곰탕 한 그릇만 한 게 없었지요. 그래서 시장기가 한맛 더해 입소문이 난 거지요."
소머리 곰탕집에 와서 돼지국밥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내친김에 돼지국밥, 돼지고기 수육도 같이 한다.
영천장은 2, 7일 5일장이었으나 지금은 상설시장으로 변했으며 산성식당도 24시간 영업한다. 소와 돼지수육 1만원, 1만5천원. 소머리국밥 5천원, 돼지국밥 4천원. 문의 054)331-3290.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알림=지난주 '5일장 맛집'에 실린 청도 여정옻닭집 전화는 054)373-3553이 아니라 373-3554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