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전 3권)/노벨 재단 엮음/바다 출판사 펴냄

노벨상을 통해 들여다보는 과학이야기

"이제 앞으로 나오셔서 노벨상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노벨상 시상 연설의 마지막 이야기다. 매년 10월 스웨덴에 있는 노벨 위원회는 그 해의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 수상자가 발표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상자의 이름과 국적, 간단한 업적을 알 수 있을 뿐 그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그들이 이룩한 성취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그 성취가 인류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더욱 알기 어렵다.

이 책은 1901년부터 2009년까지 노벨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상 시상 연설 원고 7천매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 과학자 7명이 4년에 걸쳐 번역한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20세기 과학의 발전상과 향후 과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짐작할 수 있다.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시상 연설자는 수상자 선정 이유와 수상자가 이룩한 업적, 과학적 의미 등을 소개한다. 전문적인 과학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설이 아닌 만큼 종종 비유와 농담을 섞어가며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연설을 진행하기도 한다. 노벨상 초기에는 시상 연설을 하면서 수상자가 수행한 실험을 시연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연설만 하고 있다.

110년 노벨상 과학분야 시상 연설을 모두 모으면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20세기 과학사가 된다. 한편 한편 시상 연설이 마치 퍼즐과 같아 이를 한데 모으면 20세기 과학사가 한눈에 펼쳐지는 것이다.

물리학 분야의 경우 19세기 후반, 물리학의 중요한 화두인 에너지, 힘, 물질에 관한 많은 문제들이 속속 해결됐다. 그 결과 물리학에는 더 연구할 분야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현상들이 대거 발견됐고, 물리학은 새로운 태동기를 맞이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노벨 물리학상 시상 연설에서는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려는 인류의 힘찬 발걸음을 느낄 수 있다.

노벨 화학상 시상 연설문을 통해서는 삼투압의 발견에서부터 진핵전사의 분자적 기초까지 인류가 성취해온 과학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세기까지 연금술의 아류 취급을 받았던 화학은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물리화학, 유기화학, 생화학, 분석화학, 응용화학 등으로 세분화됐다.

또 20세기 초반 세균학과 기생충학 등의 발전과 함께 시작한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체의 방어작용을 연구하는 면역학을 거쳐, DNA분자 구조를 발견, 세포 노화과정 규명 등 생명의 비밀과 구조를 밝히고, 질병 없는 사회를 갈망하는 인류의 꿈과 발전상을 알 수 있다.

번역자들은 서문에서 "노벨상은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며 무작정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자신의 연구에 매진하면서 연구자 본연의 자세를 지키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노벨상 그 자체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맹목적이고 어리석은 지를 보여주는 좋은 비평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은 2007년 10월 출간된 뒤 지금까지 새로운 노벨상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쇄를 거듭해왔다. 2008년에는 2007년 12월 시상식 때 발표된 수상자에 대한 시상 연설을 추가해 새로 출간했고, 2008년과 2009년에도 노벨상 시상이 있은 뒤 시상 연설을 추가해 새롭게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 출판인회의 '이달의 책',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인증 우수과학도서, 서울과학고등학교 추천과학 도서 등에 선정된 바 있다.

전 3권/노벨 물리학상, 이광렬'이승철 옮김/화학상, 우경자'이연희 옮김/생리'의학상, 유영숙'권오승'한승규 옮김/ 각권 2만 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