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배모(54·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지난달 15일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배씨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아니다.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는 현행법상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배씨는 "나도 연금 타게 해주세요"라며 국민연금공단을 찾아왔다. 평균 수명은 자꾸만 길어지고 자녀들에 기대어 살아갈 마음이 없는 배씨는 연금소득이 꼭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배씨는 앞으로 10년 동안 1천490만원을 내면 10년 뒤인 2020년 1월부터 월평균 18만3천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앞으로 국민 평균소득이 늘어나면 배씨의 연금 수령액은 더 늘어난다.
#박모(50·대구 달서구 감삼동)씨 역시 전업주부지만 국민연금 가입을 해놓고 있는 상태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틈틈이 직장을 다니면서 국민연금 전체가입기간이 약 100개월 정도 된다. 하지만 이 상태로 60세가 될 경우,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국민연금을 받아야 한다.
박씨는 현재 전업주부라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아니지만 매달 연금을 받기 위해 지난달 국민연금공단을 찾아 앞으로 11년간 매달 12만4천200원을 내기로 했다. 박씨가 11년간 연금을 내게되면 2021년부터 월평균 37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풍습이 급격하게 사라지면서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연금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아닌 주부들조차 "나도 국민연금에 가입하겠다"며 국민연금공단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년 동안 대구경북에서만 2만명의 전업주부들이 국민연금에 가입, 노후 홀로서기를 위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의무 가입대상이 아닌 전업주부, 그리고 나이가 들어 더 많은 연금을 받으려는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국민연금 가입연장'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의무 가입대상이 아닌 전업주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임의 가입자'로,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가입연장을 하면 '임의 계속가입자'로 분류하는데 이 숫자가 지난해 이후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 임의 가입자의 경우, 2008년 1만3천952명, 지난해 2만822명이 늘었다. 올 들어서도 1월에만 1천명 이상 증가했다.
환갑을 넘겼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안 되는 노인들이 국민연금에 가입, '임의 계속가입자'가 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63세인 성모(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3년 전인 2007년 3월, 국민연금 가입을 새로 했다. 당시 그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89개월에 불과, 최소 가입기간(120개월)에 모자라 연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성씨는 노후대비를 위해 부족기간 31개월 동안 연금을 계속 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월 19만5천원씩을 연금을 받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1만8천206명이었던 대구경북의 신규 임의 계속가입자 숫자는 지난해엔 2만7천733명으로 1년새 52%나 불었다. 올 들어서도 증가세를 지속, 불과 한 달만에 1천명 가까운 신규 임의계속가입자가 생겼다.
국민연금관리공단 대구지역본부 전병수 차장은 "1999년 전국민 국민연금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 국민연금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직장 퇴직과 함께 일시금으로 낸 국민연금을 돌려받았는데 이 사람들도 최근 국민연금 가입을 복원하겠다며 받은 돈을 반납하고 있다. 이들 숫자만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3만5천774건에 이른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향후 100세 장수시대가 열릴 전망이 커짐에 따라 노후대비를 위해 연금을 타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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