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지천면 금호리에서 국악기 전문 제작업체인 '유림 국악공예'를 운영하는 백은종(52'사진)씨. 35년째 북 만들기 외길인생을 살아온 그는 경인년 설을 앞두고 '북 전시관' 건립 꿈에 부풀어 있다. 북 전시관은 경북지역에서는 처음이다.
백씨가 북 전시관을 지으려는 것은 국악기 애호가와 소비자들에게 우리 북과 장구를 비롯한 각종 전통악기와 의상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곧 우리 전통악기의 맥을 잇는 장인으로서의 소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업공간 옆에 적당한 규모(수십평)의 전시관 부지를 마련하고 사용허가까지 받아놓은 백씨는 설을 쇠고 날씨가 풀리는대로 전시관 건립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가 제작하는 북은 지름이 2m40cm나 되는 대형 법고에서부터 소북에 이르기까지 40~50가지. 장고도 사물놀이용'농악용'민요용 등 쓰임새에 따라 20~30종에 달한다.
따라서 큰북은 제작하는데는 1년의 기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과정이 가공된 가죽을 구하는 일이고, 북통에 쓸 목재를 다듬어서 건조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북을 제작하는 기능인을 구하기 어려운 게 안타깝기만 하다. 쓰는 사람은 많은데 만드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 전통 북 만들기에도 외국인 근로자를 쓰고 있을 정도이다.
북제작은 수(手)작업이 많다. 30여 단계의 공정 중 대부분이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전국에서 주문이 잇따르고 캐나다'미국'일본 등 해외의 제작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난타로 잘 알려진 타악기 연주에도 쓰이고 있는 '난타 북' 주문이 가장 많다. 물론 연주용과 장식용 북과 장구 주문도 많다.
2007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 출품한 '단청북'으로 문화재청장상을 받은 이래로 자랑스런 한국인상(2008년), 문화재인상(2009년)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한 백씨가 처음 전통악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경남 거창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대구에 있던 북공장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다.
이름난 북 제작자인 송판암 선생의 지도로 북 만들기를 처음 배웠고, 지방문화재인 유명한 장인에게서 본격적인 북 제조기술을 익혔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해 자신의 뒤를 이을 전수자가 없어 걱정이다.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가는데 전통 국악기 제조의 맥을 잇는 사업에 대한 행정기관의 지원이 전무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실력을 더 갈고 닦아 북 제작 명장이 되는 게 꿈이라는 백씨는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국악기를 찾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며 "다양한 전통악기를 두루 갖춘 북'장구 전문 전시관을 찾아올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생각하면 마음은 벌써 전시관에 가 있다"고 웃는다. 054)972-2237.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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