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일장 맛집] 죽도시장 할매고래고기집

겉모습은 장작더미…입에선 백가지 맛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 좋은 고래고기~." 어린 시절 이런 리듬을 외어대며 서울 아이들을 놀려대곤 했다. 그렇게 몰방질하지만 제깐 놈들이 어디 고래고기를 먹어보기나 했겠나. 고래고기는 아이들이 먹는 고기가 아니었다.

포항 큰 시장인 죽도시장은 어시장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활어, 건어 등 바다에서 나는 것들은 뭐든 넘쳐난다. 내륙의 시장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개복치, 물곰도 보인다. 물론 바다의 큰 고기 고래고기도 있다.

죽도시장 고래고기 명성은 '할매고래고기집'(주인 전순연)에서 유래했다. 횟집골목에서 어판장으로 이어지는 중간 통로. 뭉텅뭉텅 썰어 목판에 늘어놓은 고래고기 수육이 오래전부터 시장판의 한 장면으로 자리 잡았다. 마치 장작을 패다가 놓은 듯 누렇고 검은 고깃덩이를 보면 바닷가 사람들은 '곱새기 한 점 하자'면서 군침을 삼킨다.

3대를 이어온 할매고래고기집은 유명세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고기와 부위를 맛볼 수 있다. 할매집을 찾는 이들은 수육과 육회를 주로 찾는다. 육회는 고래고기 육질 부위를 쇠고기 육회처럼 무쳐내는 것. 맛은 쇠고기 육회와 비슷하지만 다소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술꾼들이 주로 찾는 것은 당연 수육. 수육은 돌고래 종류는 맛이 떨어지고 밍크고래 수육을 옳은 고기로 친다. 내장과 뱃살 등껍질 등 부위마다 맛이 현격하게 다르다. 역시 맛은 기름기가 적고 식감이 좋은 내장 부위가 맛있다.

처음 먹는 사람이 자칫 기름이 많이 붙어 있고 딱딱한 껍질을 먹으면 '이걸 어떻게 먹나'는 소리가 나오기 십상. 그런 만큼 고래고기는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맛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엇갈리는 먹을거리임은 감안해야 할 듯. 수육 한 접시 1만~3만원. 급랭 육회 1㎏ 3만원. 매일 문을 열며 택배주문도 가능. 054)241-6283.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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