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원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라고 한다. 모든 사회는 필연적으로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원칙이 작용한다. 원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러면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쉽다. 책 읽는 사회가 되면 된다.
책 읽는 사회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문자 언어를 읽기 위해서는 구두 언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책 읽어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 주어야만 자녀에게 책뇌가 형성되고 그 자녀가 책 읽어 주는 부모로 성장할 수 있다. 태중에서부터 시작해서 듣기와 읽기 능력이 같아지는 중학교 2학년까지는 반드시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 주어야 한다.
책 읽어 주기는 책 읽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가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 주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유대감이 형성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회복된다. 부모와 자녀가 일대일로 진행하는 책 읽어 주기는 바로 제왕교육으로 학교와 사교육 기관에서 다인수로 하는 일제교육과는 차원이 다르고 정서적 효과 또한 다르다. 부모와 함께 읽은 위인전 한 권은 한 아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또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 주면 부모 자신도 동반 성장하게 된다. 자녀와 함께 읽은 책 한권은 자녀를 바라보는 눈, 세상을 바라보는 부모의 안목을 달라지게 한다. 나아가 같은 책을 읽음으로써 자녀와의 정서적 동질감도 형성하게 된다. 정서적 동질감은 공감을 이끌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 된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면 자녀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준다. 세계를 열광시킨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의 작품들이 날씨가 차고 밤이 긴 열악한 기후 조건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많이 읽어 주는 스코틀랜드 지방 출신 저자들에 의해 창작되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자녀의 상상력을 키우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교토대학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에 보면 앞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없는 사람은 하급 관원도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 주면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학생은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여유 있게 공부를 하면서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다.
자녀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지적 능력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책 읽어주기에서도 눈길을 먼저 걷는 구도자처럼 부모가 남긴 발자국은 자녀에게는 그대로 길이 된다.
한원경(대구시 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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