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우리 것이에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잇따라 메달을 따내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가운데 경북 의성의 컬링센터에서는 다음 동계올림픽을 향한 컬링 선수들의 꿈이 여물고 있다. 22일 기자가 찾아간 의성 컬링센터. 바깥에는 영하의 날씨이지만 얼음판 위에서 맹훈련 중인 의성여고 컬링 선수들의 이마엔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들은 올해 전국 동계체육대회 컬링 종목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대한민국 최고 선수들. 이 학교 컬링팀에는 5명의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데 모두 국가대표급이다. 특히 1학년 김경애(17) 선수는 대회 출전만 하면 최우수 선수로 뽑힐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유망주다. 의성여중 2학년 때 주위의 권유로 컬링을 시작했는데 3년 만에 국가대표 에이스를 노릴 만큼 큰 재목으로 성장했다. 김 선수는 "지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4년 뒤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팀과 기량을 겨뤄 메달을 따면 컬링이 어떤 경기인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의성에는 의성여고 외에도 남녀 초등부를 비롯한 중·고·일반부 등 모든 연령대의 컬링팀이 창단돼 대한민국 '컬링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중 꿈나무인 남녀 초·중·고 팀에는 팀당 5명씩, 모두 30명의 어린 선수들이 학업과 컬링을 병행하며 금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컬링은 맷돌 모양의 둥글넓적한 돌(스톤)을 살며시 굴린 뒤 빗자루처럼 생긴 막대(브러시)로 얼음 바닥을 비벼가면서 돌의 움직임을 조절해 상대팀 돌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점수를 올리는 경기이다. 유럽과 미주 등지에서는 한 가족이 팀을 이뤄 경기에 참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의성에서도 부모와 함께 컬링을 즐기는 선수도 있다. 의성초교 여자 컬링팀 하연수(10)양은 부모와 함께 컬링을 즐기면서 컬링 선수가 됐다. 처음에는 부모와 함께 얼음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마냥 좋았지만 지금은 컬링 연습이 공부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하양은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라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지식과 실력을 갖춘 훌륭한 컬링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얘기했다.
의성에서 어린 선수들이 동계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컬링이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에는 중국과 일본만이 아시아 국가로 컬링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올림픽 직전 3년간의 성적을 토대로 세계 12개 나라(개최국 포함)를 선정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10위권 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 컬링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김경두 경북컬링협회장 직무대행은 "지금 추세대로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면 4년 뒤 동계올림픽 출전도 바라볼 수 있다"며 "아직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만큼 국민에게 성원과 사랑을 받는 종목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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