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시인이 첫 동시집 '염소 똥은 똥그랗다'를 펴냈다. 예순 넘은 할아버지가 개구쟁이 골목대장이 돼 '야아아아' 소리 지르며 골목으로 달려간 것이다.
문 시인은 "시는 성질이 까다로운 동년배 친구이고, 동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운 일곱 살이다. 시랑은 어렵사리라도 통하는데, 동시랑은 도통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와 놀 때가 재미있었다면, 동시랑 놀 때는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문인수 시인의 시가 '삶에 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면, 그의 동시는 평범하고 익숙한 시어로, 깊고 그윽한 진정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곱씹어야 할 은유와 환유를 담고 있다.
'비가 내리자 금세/ 쟁쟁하던 매미 소리가 뚝, 그쳤다/ 소리도 젖는구나/ 운 걸까, 노래한 걸까/ 아무튼, 햇볕 나면 또 쟁- 쟁- 쟁-/ 널어 말려야겠지.' -매미 소리 뚝, 그쳤다-
'염소가 맴맴 풀밭을 돈다/ 말뚝에 대고 그려내는 똥그란 밥상/ 풀 뜯다 말고 또 먼 산 보는 똥그란 눈/ 똥그랗게 지는 해/ 오늘 하루도 맴맴 먹고 똥글똥글/ 똥글똥글 염소 똥'-염소 똥은 똥그랗다-
비 내리면 매미 울음을 그치는 것 누가 모를까. 염소 똥이 똥그란 것을 누가 모를까. 시인은 비에 젖은 매미 울음소리를 널어 말림으로써 소리를 이미지화하고, 똥그란 염소 똥을 통해 똥그란 밥상을 보여줌으로써, 만물의 '한세상 살이'를 드러내고, 은유와 환유의 그윽한 맛을 전해준다. 111쪽, 8천5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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