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라마 형식 호평…'경상별곡'연출 대구MBC 권병진PD

경북의 다양한 인물과 설화 등을 조명한 '경상별곡'이 지난달 28일 막을 내렸다. 지역 방송사에서 제작이 흔치 않은 드라마 형식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경상별곡'을 연출한 대구MBC의 권병진 PD도 한숨 돌렸다. 지역에 드라마 촬영 시스템이 전무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해야 했다.

"구성작가가 드라마 대본을 쓰고, 분장사가 없어 스태프들이 숯을 구해와 연기자 얼굴에 그려 분장을 했죠. 소품도 일일이 구하기 어려워 집에서 안 입는 옷을 들고 왔고, 오디오 감독이 낫을 들고 소여물을 베어 와야 했어요. 스태프들이 엑스트라로 나서는 건 종종 있는 일이고요."

그는 드라마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라디오 PD에서 TV PD로 넘어오면서 프로그램마다 재연 장면을 꼭 삽입했다. 프로그램에 맞는 에피소드와 콩트를 넣어 재미와 감동을 추구했던 것. 그런 '재연' 장면들이 쌓여 '경상별곡'이라는 드라마가 탄생했다.

"시청자들은 서울에서 제작되는 드라마에 익숙하니 사실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죠. 서울 드라마는 편당 2억~10억원의 제작비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편당 3천만~4천만원에 불과하니까요. 스태프 수도 서울의 20%밖에 안 되고 연기자층도 부족해요. 연령이 높은 배우를 구하기 힘들어 젊은 배우가 분장하다 보니 어색한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보람이 큰 것은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의 가치를 알아주는 시청자들도 많다. 경상별곡을 통해 '서울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산 허위, 명창 박녹주 등 지역 출신 인물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지역 방송사에서 드라마 촬영 노하우를 쌓아가게 된 것도 큰 성과다.

"마산MBC에서 3·15 의거 50주년 특별기획 '누나의 3월'이라는 드라마를 시작했어요. 제작비 5억원에 스타를 기용해 부러움이 앞섰죠. 하지만 직접 다녀오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어요. 마산 자체 스태프들은 얼마 안 되고 작가와 연기자, 서울의 프로덕션 제작진들이 제작하는 드라마였거든요. 결국 자체 제작 인프라로 치면 서울의 메이저 시스템을 제외하고 지역에서는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지역의 뛰어난 연극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지역 연극배우들의 연기력은 탤런트처럼 유명하지 않다는 것뿐이지, 연기력에선 전혀 뒤지지 않는다.

경상별곡 대구권역 9부작은 지난달로 끝마쳤지만 앞으로 안동권역 7개 시군의 이야기를 제작할 계획이다. 경북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어 교육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대구산 '지붕뚫고 하이킥'과 같은 시트콤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퓨전 시트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동시대를 살아가지만 가치관과 의복은 조선시대 스타일로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 같은 거죠.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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